왜 이렇게 헉헉대요? / NYLON 2014년 8월호 음악_잡담

요즘 솔로 여가수의 노래를 들으면 '소리 반, 공기 반'이 아닌 '소리 반, 숨소리 반'이다.

걸 그룹의 전성시대가 지나고, 솔로로 독립하는 여가수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들의 음반은, 이를테면 이효리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예를 들어 지연의 ‘1분 1초’나 전효성의 ‘Goodnight Kiss’는 유난히 숨소리가 많이 들린다. 노래할 때 호흡이 들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통적으로 스튜디오 작업은 녹음된 노랫소리에서 거센 숨소리를 편집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숨소리가 ‘노래’에 덧붙여진 부가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행에 따라 숨소리를 많이 줄이기도, 조금만 줄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곡들은 그런 호흡 말고도, 창법 또한 숨소리를 많이 담고 있다. 사실 이 두 곡에서 숨소리는 무척 재미난 음악적 효과를 이끌어낸다. 목소리를 낮추면 그만큼 숨소리가 커진다.

전효성의 목소리는 잠자리에서 은밀하게 속삭이는 듯 노래하다가 갑자기 ‘K-I-S-S-I-N-G’라고 쨍하게 외친다. 후렴 뒤의 랩이 입술에 손가락을 긋는 안무와 함께 날카롭게 떨어지는 것도, 앞뒤의 숨소리 섞인 속삭임과의 대조 덕분이다.

지연의 ‘1분 1초’는 메인 보컬이 가쁘게 호흡을 뱉어내며 절박한 감정을 담아내는 동안, 배경에서도 편집된 숨소리가 계속 들려와 빗소리와 함께 축축한 풍경을 그려낸다. 두 곡 모두 방식은 다르지만 숨소리를 훌륭한 음악적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조금 더 살펴보면 숨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은 이 두 곡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AOA의 ‘짧은 치마’와 ‘단발머리’는 호흡이 들릴 만한 지점마다 지민의 목소리(‘헤이’)가 덧씌워지지만, 각 멤버의 파트가 시작하고 끝날 때마다 거센 숨소리가 들린다. 가인의 ‘진실 혹은 대담’도 조금 공간이 빈다 싶을 때마다 숨소리가 치고 올라오고, 코러스와 메인 보컬 모두 수시로 목에서 힘을 빼며 미끄러져 내린다.

NS 윤지의 ‘야시시’는 호흡이 강조되진 않지만 곳곳에서 목소리의 ‘공기’ 비율을 높여 ‘야시시’한 느낌을 살린다. 효민의 ‘Nice Body’는 기본적으로 맑고 가벼운 음색의 보컬에 호흡 소리를 살려 넣고, 또 한편으로는 속삭이듯 녹음한 목소리를 한 겹 더 겹쳐 넣었다. ‘반짝반짝’과 ‘여자 대통령’을 부르던 걸스데이가 ‘Something’에서 마지막 남은 호흡까지 밀어내는 듯한 아슬아슬한 가성으로 노래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이 곡들은 모두 섹시한 콘셉트의 곡이고, 또한 상당수가 이단옆차기와 용감한 형제의 작품이다. 어쩌면 이것은 이 프로듀서들의 취향인 것일까. 모르는 척하지 말자. 섹시 콘셉트의 곡에서 숨소리는 효과적이다. 특히 여성의 곡, 여성 아이돌의 곡이라면 더욱 그렇다.

숨소리가 많이 섞인 목소리는 나직한 말소리고, 작은 목소리가 크고 분명하게 들린다면 우리는 그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온다고 느낀다. 멜로디 틈새에 끼어드는 호흡과 꺼질 듯 힘없는 목소리는 그래서, 귓가에 아주 가까이 대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된다. 그렇게 지연은 ‘Never ever, 포기 못 해요’라고, 전효성은 ‘잘 자요, 우리 애기’라고, 듣는 이의 귀에 바짝 붙어 속삭인다. 음악을 통해 이보다 확실하게 섹스어필할 방법이 얼마나 있을까.

남성보다 여성, 밝은 곡보다 어두운 곡, 유쾌한 곡보다 섹시한 곡이 숨소리를 많이 품는다는 것은, 이런 이유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런 경향이 비교적 최근의 유행이라는 것이다. 섹시 콘셉트가 유행을 타듯, 창법과 음색에도 유행이 있다. 그리고 팬덤의 지지를 통해 각자의 음악적 캐릭터를 확고하게 존중받는 남성 아이돌에 비해 여성 아이돌은 유행에 더 민감하다.

깜찍하고 상큼한 매력이 유행이던 시기, 카라는 ‘Rock U’ ‘Honey’ 등의 곡에서 상당한 고음으로 일관했다. 거의 어린이가 외치는 듯한 가녀린 음색 사이사이로, 딱히 노래도 랩도 아닌 효과음으로 사용되는 목소리를 채워 넣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런 스타일의 보컬 연출은 초기 걸스데이, 오렌지 캬라멜, 크레용팝 등 귀여운 계열의 여성 아이돌들에게 하나의 모범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가 하면 2NE1, 포미닛, 미쓰에이 등이 때론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굵고 강렬한 음색으로 열창하는 시기도 있었다. 또 여성 아이돌의 랩을 살펴보면 걸걸한 음색이 유행하기도 하고, 날카로운 음색이나 코맹맹이 소리가 유난히 눈에 띄기도 했다. 심지어 원더걸스처럼 뻣뻣한 랩이 먹히는 시기도 있었다.

그렇다면 요즘의 곡들도 조금은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 프로듀서들이 꼭 여가수의 숨소리에 집착하는 변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단옆차기의 작품인 에이핑크의 ‘Mr. Chu’만 해도 숨소리보다는 곱고 부드러운 음색에 집중하고 있지 않은가.

작년부터 많은 아이돌이 무대 위 완벽한 인형의 모습을 버리고 생활에 밀착한 가요의 세계로 내려오고 있다. 이단옆차기와 용감한 형제가 가요계를 휩쓸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순식간에 낚아 올린 감성, 비속어가 적당히 배어 들어간 통속성의 매력을 담아낼 수 있는 탁월한 ‘가요’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그런 가요의 감성이 올 상반기에 요구한 것이 바로 섹시 콘셉트와 숨소리였다.

이제는 또 다른 흐름이 등장할 때도 되었다. 어떤 창법과 감성이 새로운 목소리로 자리 잡을지 살펴보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


- 미묘, NYLON 2014년 8월호 (에디터 김소희)

덧글

  • anchor 2014/09/03 09:46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께서 소중하게 작성해주신 이 게시글이 9월 3일 줌(zum.com) 메인의 [이글루스] 영역에 게재 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9월 3일 줌에 게재된 회원님의 게시글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2014/09/25 09:47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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