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분석] 카라 - Rock U, Pretty Girl, Honey (2008-2009). 음악_잡담

카라 초기 트릴로지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을 이 곡들을 간략하게 훑어보겠다.


1. Rock U, "1st Mini Album", 한재호, 김승수, 2008년 7월


Intro : B' (8마디) - D (8마디)
1절 : A (16마디) - B (16마디) - C (16마디) - D (16마디)
2절 : A (8마디) - B (16마디) - C (16마디) - C' (16마디)
Outro

인트로와 아우트로를 제외하면 2절까지만 진행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런 구조상 프리코러스인 B가 상대적으로 길게 잡혀 있고, 2절에서는 A를 반토막 낼지언정 B를 줄이진 않았다. 따라서 곡 내부에서 그 비중 또한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인트로에 B와 D를 배치해, 곡에서 가장 인상적인 동시에 비중도 큰 부분들을 한 번씩 더 들려주고 있다. 그로 인해 1절 버스가 등장하기까지 약 43초가 소요되는 큰 덩어리의 인트로가 구성되었다.

D 파트의 "Rock your body say" 모티프는 후렴구인 C에서도 반복적으로 들린다. (단 C에서는 "니가 너무 좋아"와 "너무나도 좋아" 사이의, 보컬의 빈 틈을 치고 들어오는 형태다.) 흔히 말하는 후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1절의 C와 D의 관계를 보면, C에서 한참 달린 뒤 8마디간의 D가 잔잔하게 잦아들었다가 다시 나머지 8마디를 달려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곤 다시 조금 조용해지는 2절 A로 넘어가는 것이다. 또한 후반 코러스 반복에서도 C'는 처음 4마디 동안 D를 차용하고 있다. 1절에서처럼 C 이후에 D로 넘어가는 척하다가, 4마디 뒤에야 C를 다시 반복해 듣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반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Rock your body say" 모티프는 단순히 반복적으로 들려줘 중독성을 끌어올리는 역할만이 아니라, 곡의 흐름을 쥐락펴락하는 적극적인 장치로서도 기능하고 있다.

다소 애틋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는 사뭇 일본 정통파 아이돌을 연상시키고, 멜로우한 멜로디와 장조의 결합이나 오밀조밀한 베이스라인 등은 다분히 "오덕 코드"로 읽힐 만하다. (참고글 : "애니 음악 같은 가요"의 정체에 관하여.) 가사의 내용 또한 애틋하면서도 적극적이고 스트레이트한 사랑 고백을 담고 있어, 과거와 현재의 한국 아이돌팝의 맥락 속에서 좋은 비교의 대상이 된다.

날카로운 목소리의 "요!"를 비롯해 전체적인 보컬 톤은 "어린 여자애가 소리지르는" 풍으로 연출돼 있다. R&B가 유행하던 시기에 발표돼 굵은 목소리로 노래하던 전작 "Break It"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음역은 후렴의 "니가 너무 좋아"가 A#-B-C#-D#-A#-G#에 위치하고, 높이 올라가는 "언제까지나"가 D#을 찍는 정도이다.

원더걸스의 "So Hot"(2008년 5월), "Nobody"(9월)의 틈바구니에서 활동했다.


2. Pretty Girl, "Pretty Girl" EP, 한재호, 김승수, 2008년 12월


Intro : E (8마디) - D (8마디) - E (4마디)
1절 : A (16마디) - B (8마디) - C (8마디) - E (4마디)
D (8마디) - E (2마디)
2절 : B (8마디) - C (8마디)
브리지 : A' (8마디)
C' (8마디) - C'' (8마디)
D (8마디) - E (8마디)

3:1 패턴이 자주 보이는 곡. 인트로의 E 8마디는 6박+2박 패턴을 보이고, D도 "If you wanna pretty"와 같은 멜로디를 3번 반복한 뒤 "No, no, no, no"가 한번 등장하는 패턴이다.

디스토션 기타가 주를 이루는 E는 I - VIIb을 반복하는, 드론이라고 굳이 부르겠다면 드론이라 할 수도 있을 부분이다. 곡 전체에 걸쳐서 곳곳에 끼어들며, 코드 진행으로 이뤄지는 다른 부분들을 이어 붙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2절의 갑작스런 B의 출현이 다소 매끄럽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C의 "Girl, pretty girl" 모티프는 프리코러스인 B에서도 거의 그대로 반복된다. (물론 반주가 실어주는 에너지와 보컬의 연출은 큰 차이를 보인다.) 일종의 후킹 효과를 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절에서는 A 없이 바로 B로 넘어가기에, 이 모티프는 더욱 자주, 더 밀도 있게 노출된다.

2절에서는 생략된 버스인 A를 브리지로 가져와 활용했다. (일부러 꼬아서 얘기하자면 B가 버스에 해당하는 A-B 구조이며 1절에는 브리지의 테마를 가져와 붙였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겠으나, 1절의 A는 명백히 버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잔잔하게 해결되며 끝나던 1절의 A("다 끊임 없는 노력이죠")와는 달리 V도로 끝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A'는 프리코러스인 B가 없이도 후렴구인 C'로 넘어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C'는 키를 올리면서 가사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자극을 준다.

"어린 여자애가 소리지르는" 풍의 음색은 여전하다. "예!"를 비롯해 "아오, 아오", "꺟핳핳핳핳하", 조금 더 들어가자면 "No, no, no, no"까지, "가사"를 전달하는 것 이외의 영역에서 보컬의 표현과 연출을 시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음역은 후렴의 "Girl, pretty girl"이 A-C-A-G에 해당하고, 고음으로 가는 "Beautiful Girl"이 D까지 올라간다.

2008년 11월에 발매된 빅뱅의 "붉은 노을", 브라운아이드걸스의 "My Style",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 동방신기의 "Wrong Number" 등, 특별히 소구층이 겹치지 않는 곡들과 경쟁했다. 다만, 다음 달인 2009년 1월에 소녀시대가 "Gee"를 발표했다.


3. Honey, "Honey" Repackage, 한재호, 김승수, 2009년 2월


Intro : C' (8마디) - C (8마디)
1절 : A (16마디) - B (16마디)
C (랩, 8마디)
2절 : A (8마디) - B (16마디+1마디)
브리지 : C'' (8마디)
B (16마디)
Outro : C' (4마디)

버스인 A는 각 4마디씩 4개의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아직도 설레여..." / "모른 척하고 난 싶어도..." / "숨이 벅차서 슬퍼와..." / "너무 좋아서 그래...") 첫 세 부분은 모두 같은 모티프로 시작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3번째 부분의 멜로디 진행에 의해) 자연스럽게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프리코러스로 기능한다. 결과적으로 곡은 (A-B-C가 아닌) A-B 구조라 할 수 있다.

인트로, 간주, 브리지, 아우트로에 사용되고 있는 다양한 테마들은 모두 같은 코드 진행을 보인다. 이중 C는 이 곡을 대표할 만한 테마를 보이고 있는데, 보컬은 "우- 우- 우-" 정도로 제한되는 가운데 신스가 코드를 연주하면서 그 하이노트에 의해 멜로디를 그린다. 1절과 2절 사이에서는 랩의 반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편 곡의 시작부터 등장하는 C'는 신스가 다른 멜로디를 그리며 아르페지오를 연주하고, "난, 난, 난, 너 없으면" 하는 보컬이 추가된, 조용한 파트이다. 브리지에 활용되는 C''는 신스가 양자를 절충하면서 C'의 보컬을 얹고 있다.

과격한 의성어/감탄사 연출은 없으나, 음역은 "Pretty Girl" 보다 높은 편이다. 후렴의 "나만의 허니"가 A#-C#-B-A#에 위치한다.

바로 전 달인 2009년 1월에 소녀시대의 "Gee"가, 다음 달인 3월에는 다비치의 "8282"와 "사고쳤어요", 그리고 2NE1을 처음 알린 빅뱅&2NE1의 "Lollipop"이 발매되었다.


4. 내용적 측면

전체적으로 "Rock U"와 "Honey"를 한 덩어리로 묶어 "Pretty Girl"과 비교해 볼 수 있다. 우선 애틋한 멜로디와 스트레이트한 사랑 고백이 결합된 점이다. 카라의 데뷔곡인 "Break It"은 R&B의 유행 속에서 같은 기획사의 핑클이 퇴장한 그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는 듯한 곡이었다. 뉴잭스윙 계통의 곡 분위기, 굵은 목소리, 강하고 당당한 여성이란 테마 등이 모두 핑클의 "Now"(2000년 10월)를 연상시켰다. 그러나 여성 아이돌들이 약진하는 시기를 맞아 프로듀서 스윗튠(한재호, 김승수)은 일본 정통파 아이돌의 색채를 카라에게 더했다. (멤버 변동과도 무관하지 않다.) 두 곡은 모두 당시 우리가 여성 아이돌에게서 떠올리는 전형들을 결합하고 있다. 다소 다른 내용의 "Pretty Girl"을 발표해본 뒤 "아까 그 길이 맞았나보다" 하며 "Honey"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다.

"Pretty Girl"의 내용은 무척 흥미로운데, 애정의 대상으로서의 남성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예쁜 여성으로서의 조건들을 나열하고 그것이 자신들임을 선언하면서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며 모방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특성은 이후 전개될 여성 아이돌 대폭발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연애 대상을 삭제한 f(x)의 가사들과, 패션지를 인용한 듯한 가사로 "여성으로서의 특정 매력"을 스스로 선언하는 포미닛의 "Hot Issue"(2009년 6월), 레인보우의 "Gossip Girl"(2009년 11월) 등이 그렇다. 그러나 포미닛이 성인 여성 대상의 패션지나 칙릿 코드를 가져왔다면 카라는 쎄시나 엘르걸을 연상시키는 화사함을 담고 있다. 아무리 해도 좀처럼 섹시해지지 않는다는 카라의 딜레마의 단초처럼 보이기도 한다.


5. 음역

"Honey"의 후렴구는 후반의 조옮김 뒤에는 B-D-C-B로 올라간다. 앞선 두 곡도 후렴구의 음역이 어느 정도 비슷한 편이다. 동시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소녀시대의 "Gee"는 후렴의 "너무 반짝반짝 눈이 부셔"가 그 한참 아래의 E-F#-G#에 위치하는 것과 대조하면, 거의 남자와 여자 정도에 해당하는 음역 차이다. "Honey"의 후반 후렴구가 늘상 찍고 지나가는 D음은 "소녀시대"의 "고음셔틀" 파트가 찍는 음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이 시기의 카라가 가창력이 돋보인다고 인정받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한승연이 고음 파트를 부른 뒤 '해냈다'는 표정을 짓는 것이 사랑스럽다"는 식의 시선마저 있는 것이 카라의 이미지다. 그런데도 이 곡들이 유난히 고음역에 위치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같은 프로듀서에 의한 레인보우의 "A"(2010년 8월)의 후렴구 "Love, 그게 흔하니"가 G-A-Bb-G-Bb에, 또는 카라의 "미스터"(2009년 7월)만 해도 후렴구 "라라라 라라라"가 B-G-E-B-G-E에 위치하는 점이 시사적이다. 스윗튠은 이 시기의 카라의 색깔을 높은 음역에서 찾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굵은 목소리의 R&B 발성이 유행하던 시기에 차별화를 꾀하고, "시끌벅적한 소녀"의 이미지를 만들어준 것이다. 의미도 발성도 없이 외치는 연출이 자주 포함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마침 카라의 발성은 대부분의 보컬이 생 목소리로 노래하는 편이어서, 고음을 소화할 때는 더욱 가늘게 들린다는 점이, 이를 더 잘 소화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6. 결론

위에서 분석한 세 곡은 카라의 타임라인에서 "Break It"의 뒤를 잇고 "미스터"(혹은 "Wanna"), "루팡"(2010년 2월) 보다 앞서 있다. 전자와는 스타일과 내용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카라의 캐릭터를 일궈내 커리어를 견인한 곡들이다. 또한 "미스터"가 의외의 성공을 거둬 원래 타이틀이었던 "Wanna"를 제쳤던 점을 고려할 때, "Wanna", "루팡", "점핑"(2010년 11월), "Step"(2011년 9월), "Pandora"(2012년 8월)까지를 한 덩어리로 묶어 생각할 수 있겠다. 카라의 프로덕션이 원래 하고 싶었던 음악이 이후의 것인지, 혹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흘러갔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음역에 의한 캐릭터와 "좀처럼 섹시하지 않은" 소녀적 측면이 2009년까지의 카라에게서 이미 정립되었다는 점만은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그것이 주는 한계도 어느 정도는 이어졌다고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Step"에 이러서야 음역과 캐릭터가 진정으로 빛을 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느낀다.

또한, 세 곡 모두 구조적으로는 다소간의 특이성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덧글

  • net진보 2014/02/05 17:46 # 답글

    락유 프리티 허니 모두 긴 고백기간과 멤버 변화로 이미지 변신을 꽤한 곡이였죠.이른바 소녀풍 분위기라고할가요?! .... 기본 메인 보컬의 탈퇴도 영향이잇기도했구요. 분석력 추천 드립니다.

    당시 멤버들이 이미지변신 특히나 니콜의 머리를 잘라야해서 속상한 표정짓던게 생각나기도하네요.
    다만 이대를 기점으로 덕후들이 늘기시작합니다.
    코갤에서 생겨형 아이돌드립과 소녀성 앨범들의 약한 이미지가 결합되었다고할가요?!
  • mimyo_ 2014/02/06 16:58 #

    여성 아이돌들이 결집력 있는 팬덤을 구축하기 쉽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이 시기가 카라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준 셈이겠죠. :)
  • 흐규 2014/02/27 05:58 # 삭제 답글

    mimyo님 곡분석 재미있게 보고있는데... 요번에 나오 2NE1의 컴백홈 곡분석 좀 해주실수 있나요?
    1분19초에 곡의 분위기가 바뀌는 재미있는 곡같은데.... mimyo님의 디테일한 곡분석 부탁드립니다.
  • mimyo_ 2014/03/01 23:23 #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말씀하신 곡은 기회와 계기가 생기면 해보는 것으로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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