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의 성 상품화 잡담. 음악_잡담

무척이나 설익은 생각이고 또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입장인가('얼마나 대단한 일 하고 있다고')도 의문이지만, 일단 언젠가는 정리해야 할 것에 대한 단초를 잊기 전에 적어둔다는 차원에서.

1. 신자유주의의 전위ㅎ로서의 한국, 쇼비즈, 스타 시스템, 그 모든 조건이 성을 상품화하고 있고, 그 정점에 아이돌이 있다. 따라서 아이돌을 긍정한다는 것은 자칫 성 상품화를 "긍정"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2. 그러나 나는 내가 성 상품화를 가로막을 수 있는 어떤 "행동"을 상상하기 힘들다. 또한 나는, 매우 비겁하지만, 이성애자 남성으로서 열심히 고민하더라도 여성이 느끼는 억압에 대해서 이해의 구멍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구멍은 외면하지 말고 좁혀나가야 하는 대상이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리적 차원에서. 이건 여자친구의 생리통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성 상품화를 전면으로 부정해야 한다는 페미니즘과 남성도 상품화해야 한다는 페미니즘 사이에서 어느 것을 지지하기도 쉽지 않다. (나이브하게 말하자면 성 상품화가 없어지는 방향을 꿈꿔보기는 한다.)

3. 내가 아이돌에게서 바라보는 것 중 가장 큰 이슈가 성 상품화가 아님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면죄부 같은 것이 주어진다고 믿진 않는다. 그러나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관심사의 폭과 깊이에 한계가 있다고 할 때, 젠더가 나에게 썩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나에게 경제가 중요한 문제임에도 경제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것이 옳은 것과 같은 맥락에서의 이야기다.

4. 아이돌 담론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네 가지가 남는다. :

4-1) 아이돌을 "부인"하는 것. 이는 내 기준에서는 건강하지 못하다. "사실"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4-2) 아이돌을 "부정"하는 것. 선택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어떤 사람들이 이 선택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것이 무의미하다고 믿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산업은 나보다 크다"고 믿고, 내가 갖는 아쉬움의 상당부분이 이 선택에서 비롯되었다고 이해한다. 그래서 나는 이 유혹적인 선택지를 고를 수 없다.

4-3) 성 상품화라는 단점을 가진 아이돌이 다른 부분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길 추구하는 것. 예를 들어 음악적 성취. 구체적인 방법은 음악적 성취를 가진 아이돌을 지지하는 일이다.

4-4) 성 상품화라는 아이돌의 단점이 줄어들 수 있길 추구하는 것.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 생각한다.

물론 4-3)의 이야기는 "어차피 살인할 거라면 악인을 죽이자"는 식의 모순을 갖는 가증스러운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나는, 3에서 말한, 아이돌에 관한 나의 관심의 한 축으로서의 성 상품화 이슈에 관해서, 4-4)라는 전략과 4-3) 이라는 전술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5. 위의 4-4)가 다른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섹시 컨셉트의 아이돌을 비판하는 행위. 그러나 나는 이 방식을 선택할 수 없다. 성 상품화가 없는 아이돌이 거의 모순이라고 거의 확신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는 4-1)로 수렴할 것이라고 거의 믿기 때문이다.

6. 그런 맥락에서 스파이스 걸스를 생각한다. 그들은 "나의 연인이 되고 싶다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다가오라"("Wannabe", 1996)고 노래하며 데뷔하였고, 거의 반드시 팬티가 보일 법한 의상을 즐겨 입었으며, 고전적 공식에 따라 "누구라도 한 명쯤은 이상형으로 삼을 법한" 멤버들로 구성돼 있었고, 잔소리 할 것 없이 섹스 어필을 뿌려댔다. 그들의 모토였던 "걸 파워"는 상업적 선택에 의해 내세워졌고, 보기에 따라서는 "진정성"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스파이스 걸스는 지금 한국의 여성 아이돌 절대다수보다 젠더적으로 훨씬 진보적이었다. 또한 결과적으로 "걸 파워"는 구체적인 메시지가 되어 소녀들에게 소비사회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왔다는 시각도 있다. 즉 성 상품화의 첨단에 있던 그들의 마케팅이 (시각에 따라선) 젠더적으로 진보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아이러니다.

H.O.T.가 "전사의 후예"(1996)를 외치며 등장한 이래, 많은 아이돌들이 "사회적 메시지"를 곡에 담았다. 그들 중 절대다수는 (당연히) 상업적 선택으로, "진정성"의 시각에서 본다면 얼마든지 평가절하될 수 있다. 또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의 피상성은 그런 비판에 더욱 힘을 실어주기에 충분하다. 나도 그들의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긍정할 정도로 나이브하진 않다. 그러나 그런 피상적이고 "불순한" 메시지들이 반드시 휘발되기만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섹시 웨이브" 안무가 "통"하고 나면 엉덩이를 "들이대는" 안무가 시도되는 식으로 섹시 컨셉트가 점점 수위를 밀고 올라가듯, 선례들을 통해 표현의 범위도 점점 넓어지기 때문이다.

과거의 여성 아이돌 중 "힙합전사" 컨셉트의 O-24가 참패하고, 베이비복스와 샤크라가 강한 이미지에 섹시 컨셉트 밖에 결합할 수 없어 결국 대중적 한계를 지녔던 점을 기억하자. 한국의 여성 아이돌은 "가요계의 요정"이어야 했다. 섹시 컨셉트는 종종 "싸구려"로 낙인 찍히고 "군부대 전용"이란 조롱을 받았다. 게다가 "요정"의 미래는 은퇴하거나 섹시 컨셉트로 "성숙"을 표현하는 것 외에는 없었다.

현재는 어떠한가. 2NE1이 강한 이미지와 성적으로 덜 노골적인 컨셉트를 결합할 수 있는 점은 대조적이다. 섹시 컨셉트의 여성 아이돌들이 "군부대 전용"을 넘어서고 있는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 특히 "지나치게" 섹시한 포미닛은 의도적으로 "저급한" 컨셉트로 선회하고서도 평가절하 없이 정상을 지켰다. 가인의 뮤직비디오가 여성의 성적 만족과 자위행위를 표현한 점은 어떤가. 물론 이는 어떤 남성 팬덤의 자기기만과 섹스 어필 수위의 상향조정의 맥락 속에서 일어난 변화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마돈나가 성녀-창녀의 이분법에 질문을 던진 행위가 한국의 가요계에서 지금에야 이뤄지고 있다고 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 아이돌이 성숙을 선언할 때 섹시 컨셉트 외에는 선택지가 없던 과거에 비해, 음악적 성숙과 퉁명스러운 성인 여성을 표현한 아이유와 카라의 사례는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내가 4-4)의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이를테면, 히어로를 내세우는 여성 아이돌을 기다린다. 주로 여성 층에게 호평 받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분석되)는 소녀시대의 일본에서의 예지만, "I'm In Love With The Hero"를 노래하던 2011년과 "Let's go, 얼치기 자식들을 get down"이라며 모터사이클을 타고 활극을 벌이는 노래를 부르는 2013년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다양한 모험물의 레퍼런스 속에서 "액션"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남성 아이돌들과 비로소 동등한 셈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곡이 아주 나올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7. 또한 아이돌의 육체성이 점차 흐려지는 흐름도 존재한다. 더 깊이 있는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7-1) 예를 들어, 비욘세를 보는 우리가 그녀의 우버섹시에 감탄하면서도 모두가 그녀와 자고 싶어하지만은 않는 것은 비단 인종적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비욘세와 정말로 자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기는 분명 있겠다.) 섹스 어필이 어떤 단계를 넘어서면 성욕으로부터 분리되는 지점도 존재하는 듯한 모습이다. (공부가 부족해 이론적 뒷받침을 하진 못한다.) 그런 면에서 소녀시대의 "I Got A Boy"나 씨스타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7-2) 또한 팬덤의 아이돌 소비가 점점 가상화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가치가 있다. 아이돌을 소비하는 행위와, 그 아이돌과 섹스하는 것이 분리되는 현상이다. 특히 남성 아이돌의 여성 팬덤에게서 그런 경향이 많다고 할 수 있는데, 여성 팬덤에게서 많은 것을 학습한 2차 아이돌 붐의 남성 팬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아이돌을 가상인물로서 소비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섹스어필 또한 하나의 기호로서 받아들이는 셈이다. 무한도전에서 사기꾼 노홍철을 봤다고 해서, 현실에서 노홍철을 만나 그를 경계하고 기피하지 않듯, 아이돌의 섹시한 모습을 즐긴다고 해서 반드시 그(녀)와 자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을 자기기만으로 파악하든, 억압기제로 이해하든, 중요한 것은 그런 현상이 존재하며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아이돌과 실제로 자고 싶어하는 남자도, 여자도 존재한다.)

한 인간을 기호적으로 가상 소비한다는 것이 성 상품화보다 덜 소름끼치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면 아이돌 세계의 어떤 인구들은 성 상품화와 성적 공격성으로부터는 다소간 멀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지만 그렇다.

8. 결국은 해야겠다고 생각되는 일들 중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일들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떤 아이돌을 지지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그 맥락 속에 위치했으면 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해야겠다.



내용 추가 : 이 글과 관련하여 페이스북에서 J님과 나눈 대화가 기억해 둘 만한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서 복붙해둔다.

J님 : 성 상품화 지지합니다! 웰빙 상품으로 잘 만들어지는지가 관건이 아닐까요? 섹시와 섹스는 공유되는 영역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별개의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

: 저는 그것을 지지하지는 않는 것이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대체로 "할 거면 잘 해라"라는 쪽이지만, 마음 편히 "해라"라고 하기는 꺼려지는 부분이 있네요. 조금 더 공부하고 더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

J님 : 크게 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어떤 종류의 상품이라고 생각. 성을 파는건 그 중의 한 가지일 뿐이라고 생각하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네요. 섹시와 섹스가 별개의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아이돌은 섹스가 아닌 섹시 상품이라고 한다면 성 상품화라는 개념(지나치게 뭉뚱그려서 정형화시킨 표현이란 느낌) 자체를 굳이 터부시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음란의 상품화하라고 한다면 그 지점에서 고민이 시작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아이돌의 근본적인 정체성이 섹스, 심지어 섹시에 있는 것도 아니겠죠. 컨셉의 종류의 하나지.
어느 때인가부터 미국에선 플레이보이지가 음란물이 아니라던 표현이 이해되기 시작헀는데, 그런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 걸그룹이야 뭐...^^

: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돌은 "근본적"으로 이성애적 어필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귀엽고" "순수하고" "발랄한" 것, 일본식의 "부족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 역시 섹시 컨셉트가 아닐 따름이지 이성애적 어필로, 요컨대 그런 여자가 취향인 남자의 연심을 자극하는 방향인 것이죠. 성 상품화를 터부시하는 것은 아니에요. 터부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사람이 상품이라는 신자유주의적 방식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할 때, 그것을 "옳은 것"이라고 내면화하지 않을 필요 또한 있다고 봐요. 신자유주의 사회를 타파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찌 되었건" 우리 사회가 인간성을 말살하는 괴물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말씀하신 것처럼 미국의 "성인 컨텐츠"에 비해서는 아이돌은 야한 것도 아니죠. 그 반면에 모든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성 상품화를 깔고 가는 것도 있다고 봐요. 그렇기에 걸스데이가 야하냐 에이핑크가 야하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포미닛의 섹스어필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느냐" 같은 이야기가 중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J님 : 섹시컨셉트가 아니더라도 이성애적 어필을 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동감. SES나 핑클도 엄연히 이성애적 어필을 한 상품들이죠. 그런데 그건 아이돌 장르만의 특성이 아닌 것 같네요. 트로트나 하드락/메탈 쪽은 섹시를 넘어서 섹스어필을 대놓고 하고 있죠. 그리고 그런 맥락에서라면 용민님이 본문에서 말한 헤로인형 여가수는 성을 상품화하는게 아니라고 잘라 말할 수 있을까요?
엔터테이너들의 이성애적 어필과 신자유주의와의 관계, 그리고 그게 옳고그름이라는 가치판단의 문제로서 이해되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괴물이라는 표현으로 진화되기까지의 인과관계를 저로서는 그다지 납득하기가 힘드네요. 용민님의 생각과 다르면 올지 않은 것이고 인간성을 말살하는 괴물스러운 것이라는 뉘앙스로 읽힐 여지가 많아 보이네요.

: 제 생각이 "옳다"고 한다면 무리가 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 반대편 의견도 존중해야 맞겠고,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지요. 하지만 전 철저한 신자유주의자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가 나와 공존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하기도 힘들어요. 그게 제 한계라면 한계겠습니다. 여튼 "나는 이래야 한다고 생각한다"의 맥락이란 점을 분명히 하지 못한 건 제 실수인 것 같네요.
그리고 섹스어필하는 다른 "장르"에 대해서라면, 물론 스타 시스템이란 것 자체가 성 상품화를 전제에 깔고 있죠. 그러나 제가 아이돌의 성 상품화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 것은 아이돌이 스타 시스템 성 상품화의 정점이자 가장 최신의 진화형이기 때문이고, 또한 성적 자기결정권이 명시적으로 가장 낮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예지만 테스토스테론 넘치는 남성 스타와 아이돌을, 마돈나와 아이돌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 동등하게 간주할 수는 없는 일이죠.

J님 : 성적자기결정권의 문제라면 동감해요. 성의 상품화 그자체보다는 그 부분이 고민의 출발점이 될 부분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하네요. 다만 그걸 아이돌의 특유의 속성이라고 전제하고 생각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산업구조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될 문제가 아닐까 싶고요. (용민님이 예로 든 극단적인 사례들 중간에도 수많은 케이스들이 널리 분포하고 있으니까요)
물론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그 부분을 특히 더 고민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요즘엔 전부라고할 순 없겠지만 제작자들 스스로 어느정도의 선을 지키는 척이라도 하기는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가지, 귀여운 컨셉이라는 것도 하나의 이성애적인 어필이라고 할 때, 용민님이 표현하는 그 이성애적 어필이란 것이 성 상품화에 포함되는 것이라면, 섹시코드를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용민님이 제시한 히어로 컨셉이라고 하더라도 여전히 성상품화라는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게 아닐까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게 오히려 더 비정상적인 성적취향이라고 할 수도 있을텐데요. 그렇다면 그건 결국 엔터테이너들이나 소비자들이 무성의 존재가 되지 않는 이상에는 결코 근본저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가 아닐지요?
용민님이 어떤 딜레마에 대해서 스스로의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제가 아이돌을 소비하는건 용민님이 본문 말미에서 표현한 바와 같이 섹시와 섹스를 구분하는 쪽에 가깝다고 제스스로 느껴요. 물론 섹스라는 측면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근본적으로 아이돌을 소비하는 이유가 말하자면 그들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쾌하게 즐기는 정도(제 어렸을 적 시대가 떠오르기도 하고)지, 오피걸의 무료 대용품의 성격은 전혀 아니거든요. 일단 저 자체가 그런 쪽을 가지를 않음.
아이돌을 소비하는 이유와 방법은 저마다 다를테니 제 케이스를 일반화하고 싶진 않지만 하여튼 저는 그렇다는. 제가 보기엔 용민님이 아이돌을 소비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떤 딜레마같은걸 느낀다면 용민님이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미 나름 충분히 고유하고 훌륭하다는 점만큼은 말해주고 싶네요. 그게 어떤 보상이나 하나의 답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요.
답글이 자꾸 길어져서 미안한데 싸우자는건 아니고 흥미있는 주제로 발전적인 대화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얘기들을 풀어본 것이니 이해 부탁해요. 친절하고 성실하게 좋은 답들 달아줘서 감사.

: 미안하실 것은 없고요, 저도 생각을 정리하고 더 깊이하는 계기가 되어 좋습니다. 본문이 정리되지 않아서 불분명해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윗윗 리플에 다신 것처럼 "여전히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제 의견 맞고요. 그것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고요.) 즉, 저는 에이핑크와 걸스데이, 히어로 컨셉 여성 아이돌 모두가 성을 상품화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마찬가지고요. 그렇다면 그 모순을 끌어안고 아이돌을 진지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중 어느 것이 "그나마 긍정적"인가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요계의 요정" 같은 것은 "섹시컨셉"으로 보이지 않기에 비난받지 않지만, 사실 어마어마한 여성 억압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가요계의 요정"보다는 "섹시 히어로"가 훨씬 ("그 바닥"에서) 건강하다고 보는 거예요.
누가 어느 아이돌을 어떻게 소비하느냐 하는 구체적인 것은 사실 다 다르죠. 비욘세를 보며 성욕을 품는 사람도, 에이핑크를 보며 성욕을 품는 사람도,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어요. 또한 씨스타나 포미닛, AOA를 보면서도 전혀 성욕을 품지 않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 다양한 사람들 중 일부를 제가 개인적으로 변태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꺼릴 수도 있겠고, 납득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꺼내놓고 하는 이야기에서만큼은, 그들에게 화살을 돌리지 않고도 매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믿어요. 마침, 아이돌이란 것이 기획되는 존재기 때문에, 어떤 목적과 태도로 기획되었는가를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본문은 누군가에게 비판을 하기보다는, 그런 방향성을 가져가야겠다는 자기 정리에 가깝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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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r Brightside 2014/01/31 02:05 # 답글

    음악과 분리해서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아이돌을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음악이랑 결부해서 생각해봐야할 많은 골치 아픈 것들이 많이 떨어져 나가죠. 그들이 취하는 음악은 껍데기지 사실 속에는 음악과는 크게 다른 것들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돌들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는 취지에서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 mimyo_ 2014/01/31 20:41 #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아이돌의 음악에 많은 할 이야기들이 있다고 믿습니다. :)
  • 2014/01/31 12:57 # 삭제 답글

    성은 왜 상품화해선 안되는지?
  • mimyo_ 2014/01/31 20:40 #

    이건 제가 대답할 게 아니라 책을 보셔야 하는 문제 같습니다.
  • TYIO 2014/01/31 21:13 #

    흠/
    성이란것이 즐거움을 포함하고 있기도 한데, 어른들에게 과도하게 세뇌당한 분들은 성을 지나치게 성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으로 여겨선 안될 것으로 생각하지요^.^

    즉, 성이란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론 성이란것을 지나친 고정관념으로, 인격과 긴밀하게 결부시키는 것을 보면 좀 촌스럽기도 합니다. 자신의 성적매력으로 노동을 하는 사람을 보며 즐거움을 얻는다해서 그 사람을 인격체로 여기지 않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죠.

    뭐 물론 뭐든지 때와 장소를 구분해서 적당히 ^^
  • mimyo_ 2014/01/31 21:16 #

    제가 성 상품화를 긍정할 수 없는 것은 두 가지 측면입니다. 하나는 인간을 상품화하는 신자유주의의 현실을 "시인"하면서도, 그것을 "긍정"하는 것이 인간성을 배반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팔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인간을 상품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적어도 한국의 스타 시스템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갖고 자신의 성적 매력을 판매하는 주체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TYIO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긴 힘듭니다.

    또 하나는 여성 상품화가 "판매자"와 "상품"을 비롯한 "구매자" 주위의 여성들도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이며, 제 주위의 여성들이 그깟 것 때문에 고통스럽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가 "왜 그렇게 되는지" 납득하기 힘드시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라는 것까지만.
  • TYIO 2014/02/01 01:19 #

    mimyo_//

    '인간을 상품화'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 상품화'가 문제이지요.

    성을 상품화 하는 것과 '인간'자체를 물건따위로 취급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다른 얘기입니다.

    보통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력(정신,지식,육체)을 교환가치로 여기는 것과 성적매력을 교환가치로 여기는 것 자체에는 그리 유의미한 큰 차이는 없습니다. 다만 특정 부위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 인식이란 성 그 자체를 어떻게 여기느냐 입니다.

    메소포타미아 및 이집트 문화부터 유태교, 그리스, 로마, 중세,산업화 사회까지의 성의 인식 변화에 대한 역사를 보면 현대의 보수적인 인식이 과연 도덕적이며 절대불변의 진리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애당초 인간에 속한 그 무언가를 교환과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 그 자체가 문제라고 하신다면 지나치게 순진하신 것이구요.


    그리고, 아이돌들이 섹시컨셉에 대해서 완전히 주체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허나 그들이 마치 포주에게 휘둘리는 매춘부와 같은 이미지라고 한다면 여기에 대해선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아이돌이 사회적 약자라고 볼 수 없고,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직업이며, 그들 개인은 자신의 어떤 목표를위해서 오히려 역으로 대중들을 대상화하고, 그 성적매력으로 그들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측면도 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의 상품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깟 것'이라 여기는 태도는 조금 유감스럽군요. 인간의 가장 강한 본능중에 하나인(물론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죠) 성욕, 그것에 대한 인류의 역사를 본다면 절대 가볍게 취급될 수 없는 부분이지요.


    이미 성은 '애정대상과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강화', '생명을 잉태하는 성스러운 행위'만이 아닌
    기쁨과 쾌락, 긴장감과 불안감의 해소라는 측면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즉'즐거운 것' 입니다.

    성에 대한 지나친 보수적인 입장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낡은 고정관념의 강화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성을 억압함으로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를 키운다고 봅니다.

    앞으로 경제분야만이 아닌 섹슈얼리티 측면에서도 남녀평등에 다가가면 여성의 성상품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성의 성 상품화가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제 의견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성상품화 자체에 대해선 긍정에 가까운 입장(인격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다면)이며 그 부차적인 폐해를 줄이는 쪽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매자 주위의 사람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말이죠.
  • mimyo_ 2014/02/01 01:21 #

    TYIO님, 제가 뭐 "성은 아름다운 것^^" 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랍니다.

    말씀하신 맥락은 이해하겠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노동을 상품화하는 것과 인간을 상품화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상품이 되는 상황에서, "인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란 게 가능한지 싶네요. 물신화라면 모를까요. 저는 제가 구매하는 상품의 "격"을 존중하진 않거든요.

    아이돌이 자신의 입장을 스스로 선택했고 그에 의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견은 여러 번 들어왔습니다만, 그것을 온전히 그렇게 보아도 될지는 의문입니다. 그에 관해서는 너무 길어질 듯하니 넘어갈게요. 다만 "포주에게 휘둘리는 매춘부"의 개별사례를 구제하자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 또한 마녀사냥이나 안녕하세요 같은 방송만 보아도 성의 상품화가 "일반 여성"들에게 어떤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아실 것이란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최종결론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서로 동의하는 것 같아요. 저도 성 상품화를 막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것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아이돌을 "말하"고자 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저의 양심을 지키는 일인가를 고민하는 것이지요.
  • mimyo_ 2014/02/01 01:28 #

    TYIO님, 흠님, 제가 신자유주의는 "당연히 나쁜 것"으로 전제하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였다면 그 부분은 실수를 인정합니다. 다르게 생각하실 수 있지요. 그 부분을 설득하는 것 또한 제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TYIO 2014/02/01 02:35 # 답글

    mimyo_//

    답변 감사합니다.

    소극적으로 성 상품화를 이용하는 입장에서 이 부분에 관해서 항상 고민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될 것이기에 두서없이 한번 글을 남겨봤습니다.

    말씀을 나눠보니 아직 더 생각해야 될 부분이 너무 많네요.

    p.s 물론 인간의 노동과 인간 자체를 상품화 하는것은 다른것이죠.
    성의 상품화가 곧 인간 그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말한건데, 제가 오해를 일으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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