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분석] 걸스데이 - 여자 대통령 (2013). 음악_잡담

"여자 대통령" ("기대" Repackage), 2013, 최도관, 남기상, 권선익

걸스데이의 신보 "Something"(2014)이 발매된 후로 조금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이에 대한 셀프 테라피 차원에서 작년의 히트곡인 '여자 대통령'을 분석해 볼까 싶어. (너 땜에 매일 머릿속이 어찔.) 이 곡은 '기대해'가 수록된 앨범 "기대"의 리패키지 수록곡이자 그 후속곡으로, 지난 해 내가 웨이브에 냈던 '기대해'의 리뷰와 비슷한 맥락에 위치해 있다.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던 이 곡은, 가사부터 자극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을 시사하는 듯한 제목부터 눈길을 끌지만, 더욱 민감한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와 "잡혀가는 건가"가 충돌하고 있는 가사다. 지지하는 것이냐 비판하는 것이냐 하는 아리송함을 남기는 이 가사는, 여자가 먼저 대쉬하고 키스해도 되느냐 하는 철 지난 이슈로 묶이면서 판단을 포기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다시 "그깟" 아이돌 가사가 의미 있느냐 없느냐, 아이돌 창작자는 생각이 있느냐 없느냐 혹은 정치적일 수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질문에 사로잡히게 된다. 해결할 수 없는 딜레마들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난감함 속에서, 펑크의 천박한(물론, 이 형용사는 결코 비하의 의미가 아니다) 질감을 내는 기타와 탐탐 위주의 드럼이 뻔뻔한 당당함으로 달려나간다. 단언하건대, 이 곡의 가장 큰 미덕은 그런 센세이셔널리즘이다.

1. 구조 분석

A 파트(0'09"~, 비디오는 0'13"~)는 다소 산만한 듯이 들린다. "널 사랑한다고 / 말해버릴까 싶어 / 이렇게 매일 가슴 아파 아파"와 "아파 아파 아파 아파"가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즉 4개의 마디가 3:1로 나뉘어 있다. 리듬 섹션 또한 첫 세 마디가 일관성을 갖다가 마지막 한 마디는 4분 음표를 찍어가는 형태를 보인다. 그런데 멜로디를 조금 더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 마디의 "널 사랑한다고"가 단축되어 "이렇게 매일", 두 번째 마디의 "말해버릴까 싶어"가 단축되어 "가슴 아파 아파"로 쏠려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부분을 상세히 표현하자면 A (4)의 형태가 아니라, A (1+1+0.5+0.5+1)의 형태가 된다. 결과적으로는 네 마디 단위의 반복이 이뤄지지만, 그 내부 구조가 복잡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종잡을 수 없는 불균형한 구조처럼 들리게 된다.

A 파트가 다시 네 마디 반복되고, B 파트("너만 생각하면 나는...", 0'26"~, 비디오는 0'30"~)가 네 마디 진행된다.

그 뒤 C 파트("Come on just do it...", 0:35~, 비디오는 0:39~)가 등장한다. 구조상으로도 후렴의 위치고, 네 명의 합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부분을 후렴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뒤에 이어지는 네 마디의 리드보컬 솔로인 D 파트("네가 먼저 다가가...", 0'44"~, 비디오는 0'49"~)는 후렴구의 해결 뒤에 위치하는 뒷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해결 없이 단순반복된 C 파트의 뒤를 이어서 해결부를 제시하는, (숨겨진) 진짜 후렴구이다. 그리곤 E 파트(랩)가 등장한 뒤 D가 다시 반복된다. 이번에는 네 마디가 진행된 후 "이젠 그래도 돼"가 추가되면서 곡의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D'의 추가된 두 마디(여덟 박자)는 다시, 끌어주는 세 박자와 폭발하는 다섯 박자로 나뉘어서, 당김음 구조를 통해 에너지를 더욱 강하게 발산한다.

물론, C+D+E+D'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후렴구 블록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A와 B가 각각 4마디씩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이 "후렴구 블록"의 18마디는 이미 비정상적으로 크다. 또한 각 파트의 내용 또한 상당히 이질적이기 때문에, 이를 하나로 묶어도 되는가 하는 것은 의문이 남는다. 그래서 각각 분리한다면, 전통적인 C가 아닌 D가 후렴구가 되며, 1절에만 후렴구가 두 번 등장하는 구조가 된다. 혹은, C, D, E, D' 모두가 각각 3종류의 후렴구라고 간주할 수도 있겠다. 그만큼 D와 E는 각각 강한 인상을 남기는 파트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모로 보나 상당히 비전통적인 후렴 구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한 "후렴구의 해결 뒤에 위치하는 뒷 이야기"로서 F 파트(1'14"~, 비디오는 1'19"~)가 등장한다. 가장 보수적인 팝송 구조에 미뤄보면 "간주"에 해당하는 부분이며,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후크"에 해당할 수도 있겠다. 네 마디가 반복된 뒤 브레이크 풍으로 한 마디가 추가되어 4+1의 구조를 보인다.

2절에서는 A가 한 번만 등장한다. 그에 따라, 이후에 등장할 C+D+E+D'의 18마디에 비해 A의 미분화된 구조가 더욱 산발적인 테마들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B부터는 1절과 동일하게 진행되다가, D'에서 보컬의 반복 없이 한 마디를 끌어주는 것으로 변화를 보인다. F 파트도 1절과 달리 마지막 +1을 삭제하고 네 마디가 등장하고서 브리지로 넘어간다.

A 파트와 흡사한 반주로 시작되는 브리지는 불과 두 마디("걱정하지 마...", 2'29"~ 비디오는 2'33"~) 뒤에 다시 전혀 다른 테마("난 너의 모든 걸...", 2'33"~, 비디오는 2'37"~) 두 마디를 선보인다. 그리곤 또 다시 뜬금 없이 B 파트를 반복, 변형하면서 점차 상승하는 "널 사귀자고 할래..."(2'37"~, 비디오는 2'41"~)가 네 마디 등장한 후, 한 마디의 브레이크를 갖는다.

마지막 반복되는 C 파트는 A 파트에서 가져온 리듬을 통해 긴장을 주는 브레이크로 기능하고, 이어지는 "진짜 후렴구" D를 끌어온다. 이후 D'에서는 2절에서 생략됐던 "이젠 그래도 돼"(3'23"~, 비디오는 3'27"~)의 반복을 다시 선보이며, 작은 여유도 없이 마지막까지 에너지를 확실하게 발산한다. 일종의 확인사살이다.

이처럼 이 곡은 듣는 이의 기대감을 배신하는 변화의 연속으로 이뤄져 있다. 각 파트는 미시적으로 나뉘어 있어 끊임 없이 새로운 자극을 던져줄 뿐더러, 1절, 2절이 지나고 난 뒤, 브리지와 마지막 C 파트에서 A 파트를 상기시킴으로써 도합 4번이나 A 파트를 거쳐 진행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결과적으로, 3분 33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압축적으로 굉장히 먼 거리를 여행하며 많은 것을 본 듯한 느낌을 주게 되어 있는 것이다.

2. 기타 특이점


2-1. 앞서도 말했지만, 이 곡에서 사용된 기타는 무척 도발적이다. 거의 모든 곳에서 4박자 혹은 그 이상의 길이로 포인트만 짚어주도록 되어 있는데, 펑크 풍의 질감과 함께 천박하고 뻔뻔한 느낌을 물씬 내준다. 여러 겹으로 겹쳐진 목소리의 랩이 터져나오는 순간 "무작정 소리지르는" 듯한 연출이 기타에 걸맞는 "어떤 날것"을 느끼게 한다.

2-2. "이젠 그래도 돼"를 부르는 마시마로민아의 보컬에서 들리는, 클립핑에 가까운 새튜레이션이 매력 포인트.

2-3. 리듬 섹션에선 스네어가 거의 들리지 않고 킥과 베이스 탐 위주로 곡이 흐르고 있다. C 파트에서 클랩을 얹어준 것 또한 매우 인상적인 편곡이다.

3. 결론

남기상 작곡가는 BNT와의 인터뷰에서 이 곡의 테마가 "여자 대통령"에 대한 호의적인 시각에서 비롯됐음을 말한 바 있다. (링크) 무척 민감한 사안에 대한 알 듯 말 듯한 긴장이 이 곡의 중요한 매력이었다면, 중요한 스포일러를 당한 격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곡의 성공이 섹시한 안무와 의상 때문이었다고 하기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자극이 난무하는 아이돌계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자극적인 도발을 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쏟아내는, 그러면서도 완성도는 매우 높은 곡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가사와 컨셉트는 심하게 미쳐 있고, 그에 비해 곡은 심하게 훌륭한, 그 이질적인 조합이 매력이었던 것이다.

물론 흥행의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고, 나보다야 훨씬 전문적인 분들이 프로듀싱을 맡고 있으니 어련히 알아서 하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기대해'와 '여자 대통령'의 성공이 남긴 것이 "다 필요 없고 결국 섹시하면 된다"만으로 한정되지는 않았길 기대할 따름이다.

덧글

  • 너울너울 2014/01/26 00:58 # 삭제 답글

    이런 분석글 너무너무 좋아요! 일반인이 이런 분석을 시도하는건 무리일까요? 해본다면 뭐 부터 공부해야할까요?
  • mimyo_ 2014/01/29 10:14 #

    즐겁게 보셨다면 기쁜 일입니다. 위의 글에서 하고 있는 분석은 그리 까다로운 일은 아니에요. 곡의 구조에 신경쓰면서 찬찬히 들어보시는 훈련만 하더라도 시작해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간편하게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가사만 보셔도 어느 정도는 구분이 돼 있죠. :) 그 다음에는 어느 부분에서 어떤 어떤 소리들이 함께 들리는지를 들어보는 연습을 해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 너울너울 2014/01/29 15:23 # 삭제

    감사합니다!
  • mimyo_ 2014/01/30 12:24 #

    :D
  • 2014/06/12 10:13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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