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분석 ] miss A - 'Hush' (2013). 음악_잡담

"Hush", 2013, E-Tribe



아래의 곡 분석에 사용한 것은 앨범 버젼의 음원으로,
비디오 기준으로는 각 타임코드에 약 26초씩을 더해줘야 한다.


이트라이브가 간만에 선보이는 감각적인 곡으로, 바단조(Fm, 플렛 4개)조에 위치한다. 구조는 크게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

A - C - A - C - Bridge - C - A (Outro)


아우트로를 제외한 각 A는 다시 A - A - A - A' (각 4마디)로, 또한 C는 다시 C - C' - C - C' (각 4마디)로 나눠진다. 즉, 펼쳐보면 다음과 같다. :

(1절) A - A - A - A'
C - C' - C - C'
(2절) A - A - A - A'
C - C' - C - C'
Bridge
C - C' - C - C'
A (Outro)


1. 곡의 구조와 악기 편성

이 곡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각 파트에 대응하는 악기 편성이다. 우선 1절의 A 파트는 3박자의 못갖춘마디로 시작한다. ("숨소리가 들려") 보컬이 치고 나간 빈 자리에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가 들어온다. 왼쪽 스피커에 위치한 기타는 녹음된 기타 스트로크를 8분 음표 길이로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 이 연주는 DbM7(11박), Eb7(5박), Fm7(16박)을 반복한다. 두 번째 기타는 주로 오른쪽 스피커에서 스트로크와 아르페지오, 솔로를 애들립처럼 오가며, 역시 오른쪽 스피커에서 주로 들리는 멀찍한 목소리("Yeah")와 번갈아 가며 공간을 채운다.

여덟 마디가 지나가고, "숨이 달아올라"에 이어지는 세 번째 A 파트(0'17"~, 비디오는 0'43~)는 이 편성에 피아노와 봉고가 추가된다. 피아노가 약간씩의 리듬 변화를 주어가며 무겁게 찍어주는 동안, 봉고는 리듬을 채우기보다는 포인트를 주며 존재감을 남긴다. 이 편성은 "I'm losing control"로 시작하는 A'(0'24"~, 비디오는 0'50"~)까지 이어지다가, 마지막의 "너를 원해"(0'30", 비디오는 0'56")에서 모두 빠져나가고 베이스 드롭으로 이어진다.

악기들이 빠지고 베이스 드롭까지 나온 시점에서 시작되는 코러스, 더구나 세 박자에 달하는 긴 못갖춘마디를 버리고 첫 박부터 숨가쁘게 들어가는 보컬라인이다. 비트가 들어가 줄 만도 하지만, 1절의 C 파트는 여전히 달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베이스와 리드 신스가 하나 추가될 뿐이다. 그나마 코러스로서 에너지를 더해주는 것은 두 대의 기타이다. 왼쪽의 기타는 힘을, 오른쪽의 기타가 리듬을 강조하며 각각 스트로크를 펼친다. 그런 "달릴까 말까"의 긴장감 속에 C'("Give it to me", 0'39"~, 비디오는 1'06"~)까지 지나간 뒤 다시 반복되는 C와 C'에서는 탬버린이 추가되기만 한다.

다소 엉뚱하게도, 드럼이 등장하는 것은 2절 A 파트(1'02"~, 비디오는 1'28"~)에 들어서다. 그런데, 셰이커와 리버스 퍼쿠션이 다소 리듬감을 채우기는 하지만 드럼은 두 박자마다 찍어주는 뿐이다. 역동적이던 베이스라인도 느릿느릿하게 코드 지정에 충실을 기한다. 거기에 비교적 긴 호흡으로 긁으며 커팅해 주는 왼쪽의 스트로크 기타까지 더하면 역시 "달리기" 보다는 강한 긴장을 유발하는 것이 주목적이라 하겠다.

1분 17초(비디오는 1'43")에 다다라 "숨이 달아올라"에 따라붙는 2절 세 번째 A 파트가 되어서야 비로소 풀 드럼이 등장한다. 하이햇을 셰이커로 대체한 하우스 리듬 위에서 베이스는 여전히 긴 호흡으로 흐르고, "너를 원해"(1'30", 비디오는 1'57")에서는 1절과는 달리 악기들이 선명하게 찍어주는 네 개의 코드로 힘을 실어주면서 C 파트로 넘어간다.

2절 C 파트(1'33"~, 비디오는 1'59"~). 처음으로 심벌이 등장하면서 코러스를 가져온다. 클랩 위주였던 스네어는 보다 묵직하게 변했다. 셰이커와 두 기타의 스트로크 리듬이 더 치밀해지면서 속도감을 더한다. C'(1'41"~, 비디오는 2'06"~)에서는 네 마디 전체에 걸쳐 길게 흘러가는 스윕과 4분 음표를 찍는 우드블럭 류의 퍼쿠션이 추가된다. 보컬이 강렬한 C에 비해, 대부분의 시간을 하나의 코드(Bb7)로 진행하며 가벼운 멜로디로 흐르는 C'에 힘을 더해주기 위한 편성으로 보인다. 이 두 악기는 다시 C로 돌아오면서 빠졌다가, C'에 들어서 다시 등장한다.

"힐끔힐끔 눈치 보지마"로 시작하는 브리지(2'03"~, 비디오는 2'29"~)는 대부분의 악기가 빠져나가고 패드와 피아노만으로 받쳐진다. 패드에는 8분 음표 단위로 게이트 효과가 걸려 있어 리듬감을 유지한다. 8+1 마디 구성으로 된 브리지가 끝나면 보컬 솔로와 함께 C 파트가 다시 등장한다.

C의 전반부에서는 고음으로, 잠시 쉬었다가는 아래에서 화음을 넣는 보컬 솔로는 C'에서 사라진다. 대신 자리를 채우는 것은 리드 신스인데, C 파트에서 이미 등장하고 있던 신스의 필터를 열어 음색을 더 날카롭게 만듦으로써 존재감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보컬 솔로가 등장하는 동안은 존재감을 죽여두었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C'에서는 묵직한 클랩이 추가된다. 이 구조는 두 번째 C'의 마지막에 보컬 솔로가 잠시 등장하는 것만을 제외하고는 거의 동일하게 다시 반복된다.

아우트로는 A 4마디를 그대로 가져와 테마를 해결하지 않고 계속되는 느낌으로 마무리하는데, 반주는 피아노와 셰이커, 봉고, 베이스만이 등장한다.

2. "30초 결정론"의 허위성

이러한 분석이 보여주는 바는, 이 곡이 마지막 코러스의 폭발을 향해 매우 천천히 달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에너지를 휘두를 수 있는 부분이 2절의 코러스인 1분 33초(비디오는 1'59"), 혹은 아무리 양보해도 풀 드럼이 등장하는 1'17"(비디오는 1'43") 지점이라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디지털 시대의 대중음악 어쩌고" 류의 해외담론을 그대로 번역해와 "처음 30초에 모든 것이 결정난다"는 명제를 법칙처럼 수긍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의 현실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은 완벽한 허위다. "30초 결정론"의 대전제는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의 미리듣기가 30초기 때문에 소비자가 이 30초만으로 곡의 구매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중이 한국의 메이져 음악을 처음 접하는 경로는 아이튠즈, 혹은 상응하는 국내 음원 유통 업체의 미리듣기가 아니다. 적어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TV나 거리에서 처음 접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때 들어보게 되는 부분은 당연히 "처음 30초" 따위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기에 적어도 한국의 메이져 음악 시장에서는 처음 30초는 그저 처음 30초일 뿐이다. 실제로 코러스나 후크를 처음에 배치하지 않고 상당히 긴 호흡으로 쌓아올려가는 곡들은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이 곡도 그 예 중 하나이다.

오히려, 이 곡처럼, "달릴 듯 말듯"한 긴장을 주어 더 오랫동안 곡을 들으며 빠져들도록 유도하고, 그 긴장이 담긴 인트로/버스 파트를 마지막에 미해결 상태로 재배치하여 다시 듣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 훨씬 영리한 선택일 것이다.

3. 점증적인 구조

다만 이러한 구조가 갖는 함정도 있다. 그것은 계속해서 점점 더 강한 자극을 더해주지 않으면 상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곡에서는 기타 연주의 변화가 효과적으로 흐름을 바꿔주곤 하지만, 그럼에도 파트가 거듭될 수록 악기들의 레이어가 점점 쌓여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악기들이 한번 추가되고 나면 브리지와 아우트로를 제외하고는 편성에서 빠져나가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악기로 힘을 더해줬다면 그 악기가 빠져나갔을 때 다시 힘이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악기를 무작정 계속해서 추가하다가는 사운드적으로도 문제가 생기기 쉽고 지저분하기만 한 편곡이 되기 십상이다.

이트라이브는 이 곡에서 바로 그 부분을 적절히 제어해냈다. 피아노, 다양한 퍼쿠션, 기타 등 "리얼 악기" 중심의 편성은 "전자음에 지친" 대중의 귀를 노린 것일 수도 있겠으나, 결국 풍성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악기 추가의 필요성을 줄이면서도 곡의 다이내믹을 살려냈다. 리드 신스의 톤 변화나 네 마디에 걸쳐 길게 훑고 지나가는 우아한 스윕 사운드도 이에 충실히 기여하고 있다. 프로듀서의 감각이나 실력은 첫 30초에 승부를 내는 것보다는 오히려 이런 것이 진짜가 아닐까.

덧글

  • 조용한 얼음여왕 2013/12/27 02:59 # 답글

    확실히 점층적 구조가 눈에 보이는데 처음 부분의 재등장 부분에서는 또 다시 바로 줄어들어서 그부분도 긴장감을 유발하는...그런면도 있는 것 같아요ㅎ
  • mimyo_ 2013/12/29 03:49 #

    맞습니다. 브리지에서도 확 뺐다가 코러스로 넘어가면서 한번 터뜨려주는 맛이 있고요. :)
  • 홍차도둑 2013/12/27 14:37 # 답글

    그러나 그런 걸 시도하려면 끝까지 들어줄 인지도의 가수가 아님...안되죠.

    이상은씨의 담다디 에피소드도 있잖습니까?
  • mimyo_ 2013/12/29 03:49 #

    그렇죠. 그래서 "한국 메이져 대중음악" 한정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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