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 Shine We Are! (2003)의 가사. 음악_잡담

SM은 90년대부터 의미와 맥락이 불분명한 가사를 꾸준히 실험해 왔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2000년대 초반 S.E.S.와 보아의 일본반 수록곡의 번역 수입은 큰 기회를 제공했다. 일본 음악은 가사에 자연물이나 계절, 날씨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는 농담을 한다. 이것은 한국과 일본의 노래 가사에 흔히 사용되는 이미지와 은유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SM의 번역곡들은 그런 일본 가사의 이미지를 직역해 생경함을 제공하면서, 의미와 문법의 해체를 "번역하다 보니^^"라며 변명할 수 있는 기회까지 챙길 수 있었다. 시험 삼아 한 곡을 임의로 분석해 본다.


이 글은 가사의 비문성이나 어색함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음을 미리 밝힌다. 가사의 인용은 첫 줄에 와타나베 나츠미의 원문, 둘째 줄에 그 번역, 셋째 줄에 국내 발매본의 번역 가사를 표기했다. 둘째 줄의 번역문은 국내 팬들이 번역해 인터넷에 올린 것을 내가 조금 더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손 보았다.



1.
Something new? 敎えて What's your dream?
Something new? 알려줘요 What's your dream?
Something new? 말해줘요 Whats your dream?

ル-ぺでのぞくよ Try me boy
돋보기로 들여다 봐요 Try me boy
두 눈으로 전해줘요 Try me boy

원문은 상대방의 꿈을 묻는 것과 "나를 시험해 보라"는 믿고 털어놔 보라는 권유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나, 그 맥락이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반면 번역 가사에서는 "(나에게) (당신의 꿈을) 두 눈으로 전해줘요"로 변화되면서 맥락의 가독성이 다소 개선되었다.

二人近づく氣持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느낌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

海よりまぶしく搖らそう
바다보다 눈부시게 흔들리는 듯해
푸른 바다 반짝이는 꿈처럼

원문은 사랑하는 상대와 가까워지는 느낌을 파도의 반짝임으로 은유하고 있다. 반면 번역 가사에서는 "꿈"을 삽입하여 "반짝이는"의 수식을 받으면서 "푸른 바다"의 기능이 불분명해졌다. 번역 가사에서 "푸른 바다"는 이미지를 던져주는 이상의 역할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꿈"에 "-처럼"이 결합돼 부사가 되면서 서술어가 사라졌고, 그 결과 문장의 완결성이 낮아지면서 두 줄 전체가 막연한 이미지만을 제공하게 되었다.

うまく行くことも
잘 되는 일도
모든 게 이뤄진대도

そうじゃなく過ぎることだって
그렇지 않고 지나가는 일이라도
그렇지 않은 시간은 찾아오죠

でも信じてるいつの日か So shine we are! wow
그래도 믿고 있어요 어느 날인가 So shine we are!
하지만 난 믿어요 그 언젠가엔 So Shine we are!

원문은 "잘 되는 일도 있고, 잘 안 된 채 넘겨야 하는 일도 있지만, 그래도 미래를 믿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번역 가사는 "모든 것이 완성된 것처럼 보여도 다시 시련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래도 미래를 믿는다."라는 의미로 변화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색한 구문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원문의 "그렇지 않고(そうじゃなく)"는 선행하는 구절의 마지막 조사 "-도(-も)"가 나열의 의미를 갖고 있어 "그렇지 않다"가 부정하는 대상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그러나 "이뤄진대도"는 역접을 이루고 있어 "그렇지 않은 시간"의 의미가 불분명해졌으며 "모든 게 이뤄지다"와 "그렇지 않다"의 호응도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날인가"는 "그 언젠가엔"으로 번역되었는데, 명사가 아닌 부사 뒤에 조사가 붙었으며 그것도 "에+는"이란 복합조사다. 흔히 일본어 번역체로 지적되는 유형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일본어 직역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느 날인가(いつの日か)"의 5음절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원문에도 등장하지 않는 형태를 사용한 것은 가사에서 번역체의 느낌을 내고자 하는 고의성이 의심된다고 할 수 있다.

*
I feel the brightness love 太陽抱きしめたら
I feel the brightness love 태양을 끌어안으면
I feel the brightness love 저 태양을 감싸안는다면

"태양을 끌어안는다"는 일본어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표현이나 한국어에서는 낯선 어구로서, 직역에 해당한다 할 수 있다. 일본어에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은유가 한국어로 직역되면서 생경한 느낌을 준다.

殘さずwith you かなえるhappiness
남김 없이 with you 이뤄지는 happiness
남김 없이 with you 꿈을 모아 happiness

"남김 없이 이뤄지는 행복"이란 구문의 중간에 "당신과 함께"를 삽입한 원문은 시적허용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여러 가지 조건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행복'의 개념 또한 일본적인 것으로, "남김 없이 [...] 꿈을 모아 행복(해지다)"는 오히려 적절한 의역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행복(의 조건)을 남김 없이"란 원문은 "꿈을 남김 없이 모아"란 의미로 변화하였다.

한편 원문과 멜로디의 관계는 "남김 없이 / with you / 이뤄지는 happiness"로 쉬어가고 있어 "with you"가 삽입임을 나타내고 "남김 없이 이뤄지는 happiness"란 의미가 전달되는 방식이다. 번역 가사는 이러한 원문의 비틑린 구조를 이어받고 있는데, 원문의 형용사구 + 짧은 명사에 비해 다소 어색한 부사구 + 짧은 명사의 구조가 되어 가독성이 떨어졌다.

白い波が注ぎこむ未來なら
하얀 파도가 밀려오는 미래라면
새하얀 파도가 시작되는 미래에서라면

"하얀 파도(しろいなみ)"를 "새하얀 파도"로 번역한 것은 음절 수를 맞추기 위함, "밀려오는(そそぎこむ)"을 "시작되는"으로 번역한 것은 원곡의 [ㅅ] 발음과 멜로디 라인의 호흡을 살리기 위한 대체로 판단된다. 한편, "미래에서라면"은 위의 "그 언젠가엔"과 같은 경우로 원문에 등장하지 않는 조사("-에서")를 삽입하여 번역체를 만들었으며 의미 또한 원문과 멀어지게 되었다. 또한, 아랫줄의 "가다"와 연관지어 보면 원문은 "[...] 미래라면 [...] 달려갈 수 있어"로, 미래를 향해서 달려간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번역 가사는 "미래에서 [...] 걸어가요"로 의미가 불분명하고 호응도 어색해졌다.

裸足のままで走って行ける
맨발인 그대로 달려갈 수 있어
지금 모습 그대로 다 함께 걸어가요

"맨발인 그대로"는 숨김 없는 솔직함을 나타내는 일본어적 표현으로, 이를 "지금 모습 그대로"라 번역한 것은 다소 거리가 생기기는 하나 의역이라 할 수 있다. "달려갈 수 있어"를 "다 함께 걸어가요"로 의미를 대체하면서, "맨발"이 수식하는 대상도 화자에서 화자와 상대방을 포함하게 되었다.

2.
ずっとおんなじ場所を行ったり來たりしていた
계속 같은 곳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어
You know what? 제자리걸음으로 신기루를 헤매다 눈을 뜨면

それが遠回りでも近道だったりしてね
그것이 멀리 돌아가는 것이라도, 지름길일 때도 있었지
in surprise 찾게 되는 그 하나 그 곳으로 나를 데려가 줘요

큰 폭의 의역을 하면서 의미를 추가한 부분이다. 방황에 대한 서술이 두 줄에 걸쳐 이뤄진 원문에 비해, 방황 끝에 발견되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는 요청으로 의미가 변화했다. 또한, 맥락의 가독성도 현저히 떨어는데, 문장 자체의 호응이 어색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찾게 되는 그 하나"는 지칭하는 대상이 불분명하며, 문장 자체도 어색하여 큰 생경함을 준다. "제자리걸음으로"도 첫 줄의 의미 연결을 불분명하게 만드는데, "신기루를 헤매다" "눈을 뜨다"가 상대적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데 비해 제자리걸음은 신기루와도, 눈을 감거나 뜨는 행위와도 개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문에서는 일본어였던 각 첫 단어("계속(ずっと)", "그것이(それが)")를 영어로 대체하였다. "계속(ずっと)"을 "You know what?"으로 대체한 것은 멜로디 라인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구문을 삽입하고 있다. 반면, "그것이(それが)"를 "In surprise"로 대체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는 범위의 의역은 아닌 듯하다.

はしゃぎ過ぎた後なんとなくさみしくなったり
떠들썩한 뒤에는 괜히 쓸쓸해지기도 하지
행복해 웃음질 때도 나도 모르게 외로워지기도 하죠

どこか似ている二人でも So shine we are!
어딘지 닮은 둘이서라도 So shine we are!
하지만 난 믿어요 곁에 있어요 So Shine we are!

떠들석한 뒤에 쓸쓸해지는 것과, 웃음짓는 도중에 외로워지는 것은 의미가 다르다. 또한 외로움을 느끼는 점이 닮은 두 사람이 함께한다는, 일본 가사에서 흔한 테마이기도 한데, 화자가 (상대와 함께 있어) 행복할 때도 외로워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대를) 믿으니 곁에 있어달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번역 가사의 맥락은 불분명한 편이다. 1절의 같은 부분을 반복하는 "하지만 난 믿어요"가 삽입되면서 생겨난 측면으로 보인다.

*
I feel the brightness love 誰でもいいわけじゃない
I feel the brightness love 아무라도 상관 없을 리가 없어
I feel the brightness love 나의 마음이 전해지나요

つないだ手の熱さはひとつ
잡은 손의 온기는 하나
마주잡은 두 손 따스함은 하나죠

한편 "아무라도 상관 없을 리가 없어" → "잡은 손의 온기는 하나"라는 불분명한 원문의 연결은, 전해지는 마음과 "마주잡은 두 손"이란 번역 가사에서 개선되었다. 반면 "따스함은 하나죠"는 의미가 불분명한 직역으로 볼 수 있다.

かなたを見る瞳に息を止めた
먼 곳을 보는 눈동자에 숨이 멈췄어
너를 바라보는 나의 두 눈에 담고 싶어요

あふれる夢が浮かんでたから
넘쳐나는 꿈이 떠다니고 있었으니까
서로의 빛이 되는 내 기도 속의 My love

원문은 꿈을 간직한 상대방의 눈빛에 반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번역 가사는 화자의 눈에 사랑을 담고 싶다는 의미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My love"는 사랑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특히 문장의 마지막에 위치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부르는 표현으로 흔히 사용되기에 "My love"가 목적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기는 어렵다. 또한 아랫줄은 [ [ [ 서로의 ] 빛이 되는 ] [ 내 ] 기도 ] 속의 ] [ my ] love ]라는 다중수식 구조를 갖고 있다. 문장 자체로서는 가독성이 있으나, "두 눈에 담고 싶"은 목적어라 한다면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하겠다.

한편, "내 기도"는 멜로디 라인 속에서 단어의 전달이 분명한 편은 아니다.

Bridge.
Yes I'm gonna feel all right
gonna take a chance

幸せになれ All I need is love
행복해져라 All I need is love
그대와 함께 해요 All I need is love

원문은 "다 잘 될 테니 운에 맡겨보겠다, 사랑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이다."란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번역 가사는 긍정적인 시각의 이미지를 던져줄 뿐, "운에 맡기다"와 "함께 해요"가 호응하지 않아 생경함을 자아낸다. 조금 넘겨 짚어보자면, "필요한 건 사랑 뿐이니 그대와 함께 한 채 (다른) 모든 것을 운에 맡기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그 맥락은 불분명하다.




번역 과정에서의 변화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원곡의 가사 자체도 일부 불분명한 맥락을 갖고 있으며, 번역 과정에서 이를 살리거나 개선한 경우도 있다.

2. 원문과 사뭇 다른 의미로 변화한 부분들이 있다. (빨간 글씨)

3. 과감한 직역을 통해 (경우에 따라) 맥락의 가독성을 해치면서까지 원곡이 제공하는 이미지를 살리고 있다. (밑줄친 부분)

4. 원문에 존재하지도 않는 요소를 추가하거나 국문에서 어색한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번역체의 느낌을 강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굵은 글씨)

5. 번역 과정에서, 혹은 의미의 변화 과정에서 맥락이 불분명해진 부분들이 있다. (노란 배경)

곡 전체에 걸쳐 번역 가사는 원문의 의미를 충실히 번역하거나, 가독성 높은 국문 가사를 쓰려는 의도로 보기 힘든 결과물을 보인다. 이것은 번역의 기본 개념과 상당히 배치된다고 할 수 있다. 애초에 완성도 높은 "진정한 번역"이 목표가 아니었던 듯하다. 목표한 지점은 오히려, 원문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가사를 쓰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그 과정에서 원문의 이미지(꿈, 빛, 바다, 파도, 태양, 행복 등)를 살리고 부분적으로는 추가(제자리걸음, 신기루, 서로의 빛, 기도 등)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그 과정에서 불분명해진 맥락과 비문, 그리고 번역체다. 이미 가사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변화시키는 부분이 몇 군데나 있으면서, 원문을 살리려 직역하다 보니 어색한 문장이 되었다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더구나 원문의 불분명한 맥락을 개선하고 있는 번역도 있는 터이다. 의도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특히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들은 어쩌면 이 가사의 번역체가 번역의 산물이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즉, 생경한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학이나 언어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아서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있으나, 특히 이 곡에서는 위에서 말한 측면들이 두드러진다는 판단이 들어 임의로 분석해 보았다. 혹시 관련 전공자나 경험자께서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

덧글

  • 2013/02/15 22:2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2/16 16: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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