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 - Another Me (2012) 음반_잡담

인피니트(Infinite)의 멤버 김성규가 “Another Me”란 제목으로 솔로 앨범을 냈다. 엄청난 의미가 담긴 제목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다른(other) 나”가 아닌 “또 하나(another)의 나”라는 점은, 우연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맞아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첫 트랙 ‘Another Me’는 앨범을 듣고난 뒤에 다시 들었을 때 사뭇 인상이 달라지는 곡이다. 피아노 선율로 시작하면서 편안한 팝을 떠올리기 쉬우나, 다시 들을 때는 앨범 전체에 흐르는 처연한 록과 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대중적이면서도 서글픈 감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록이라고 한다면 넬(Nell)을 떠올릴 수 있는데, 실제로도 수록곡의 상당수는 넬과의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넬의 베이시스트 이정훈이 참여한 ‘I Need You’는 멜로디의 감성도, 기타 사운드의 활용법도, 넬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고음에서 흐르는 김성규의 미성 또한 조금 얌전해진 넬이라 해도 좋을 법하다.

타이틀인 ‘60초’는 차라리 아레나 록에 가까운 곡이다. 프로듀서인 스윗튠은 이전부터 조금씩 보여주던 록의 뿌리를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정작 넬의 김종완이 작업한 ‘Shine’은 전자악기들이 풍성하게 포함되어 댄스곡을 닮아 있다. 넬이 참여하는 ‘남성 아이돌의 앨범’이란 주제에 스윗튠과 김종완이 제시한 답변이 대조를 이룬다고 할까? 넬의 전형성에 좀 더 가까운 ‘I Need You’나,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눈물만 (Acoustic ver.)’이 균형을 부여하기는 한다. 그러나 ‘60초’와 ‘Shine’만으로도 그리 위화감이 없는 조합이다.

이 앨범은 거의 명백하게 넬을 롤 모델로 삼고 있다. 그 방식은 분명 비판의 소지가 있다. 이를테면 “김성규의 목소리를 활용하면서 음악성으로 어필하고 싶다”는 기획이 있다면, 가장 먼저 떠오를 수 있는 것이 넬이란 점이다. 또한 한 음악가로서의 정체성을 만들 앨범을 작업하면서, 레퍼런스를 이렇게 고스란히 가져와도 되는가 하는 의문도 남는다. 그러나 다른 길 보지 않고 하나의 컨셉트를 고수한 것이 음반으로서의 완성도를 만들어낸 것만큼은 사실이다. ‘발라드’에 해당하는 곡과 빠르거나 강한 곡들을 두루 수록하고 있음에도 백화점식 앨범이 되지 않은 점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특히 아이돌 출신의 솔로 음반이라면 말이다.

아이돌의 대척점, 혹은 성장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록이라고 한다면 동의하기 힘들다. 그러나 음악만으로 들었을 때, 이 앨범은 꽤 좋은 균형을 보이고 있다. 여러가지 모습을 산만하게 보여주는 것보다는 하나의 정서를 중심에 둠으로써 오히려 다양한 호흡의 곡을 담을 수 있었던 셈이다. 아티스트로서의 독립성을 주장하는 앨범이라기엔 부족할지 모르나, 보컬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시도하는 작업이라면 좋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 GQ 2013년 1월호.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트위터위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