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ess Tribute 잡담. 음반_잡담

Loveless Tribute (2012.03.07, 일렉트릭뮤즈 & Electric Vybe)

  1. Only Shallow (비둘기 우유)
  2. Loomer (전자양)
  3. Touched (선결)
  4. To Here Knows When (Sei & Swann)
  5. When You Sleep (조월)
  6. I Only Said (GhostMutts)
  7. Come In Alone (Ninaian)
  8. Sometimes (기합)
  9. Blown A Wish (Soil Sugar Poco Largo)
  10. Whay You Want (Big Baby Driver)
  11. Soon (Loom)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왜 지금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인가. 물론 러블리스 앨범 발매 20주년이니까 그렇지만..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내 경우에는 악명 높은 스튜디오 작업이 가장 먼저다. 약 20 곳의 스튜디오를 전전하며 3년 동안 거액을 쏟아부어 레이블을 파산시킬 뻔했다는. 비용 부분은 케빈 실즈가 루머라 일축했다고 하지만, "우리 돈으로 다 썼어"란 맥락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 증언은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인데다 케빈 실즈가 결코 상냥한 사람도 아니니, 아주 근거 없는 루머라고 제쳐버리기는 뭐할 것이다.

어쨌든 1989년~1992년과 2012년은 무척 다른 환경이다. 마침 바로 얼마 전에도 빌리 코건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을 처음 들었던 때를 회상하며 "대체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내는지,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는 것도 아니고.."라 했지만, 그 외에도 홈스튜디오나 모바일 장비로 스튜디오 퀄리티에 수렴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지금에서는 특별하게 보인다. 권력과 자본이 상징적, 실질적으로 얽힌 "월 오브 사운드"를 1992년에 마이너 밴드가 고통스럽게 만들어낸 사건과, 2012년의 홈레코딩 상황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어디선가 읽기론 케빈 실즈가 딱히 특별한 기술을 이용한 건 아니고 노가다를 많이 했을 뿐, 실제로는 오히려 "심플한" 작업에 가까웠다고도 하니, 스튜디오에서 보낸 3년이란 시간을 홈레코딩과 비교한다면 고가의 장비나 대단한 기술보다는 긴 시간에 걸쳐 수시로 작업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가능성 면에서 바라보는 게 적합하리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1992년의 이 악명 높은 앨범이 지금의 우리에겐 더더욱 묵직한, 교과서보다는, 바이블처럼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앨범의 프로듀싱은 매우 짜임새가 있다. 1992년반의 트랙 순서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제약일 수도 있는데, 참여한 팀들의 컬러가 각자 살아 있으면서도 전체가 앨범으로서 잘 기능하고 있다. 역사상 수많은 뮤지션들을 인도로 여행을 보내온 알 수 없는 힘이 주관한 것이 아니라면, 각 곡의 배치에 따라 어느 팀에게 맡길 것인지가 조율된 것이 아닌가 상상해 본다. 물론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트리뷰트 앨범에 브로스텝 뮤지션이나 켈트 민속음악가가 참여한 건 아니니 사운드적인 통일감이 어느 정도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 만든 곡이라도 앨범으로 만드는 건 또 다른 얘기니, 기획과 프로듀스 차원에서의 노력이 섬세했다 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 곡들은 전부 원곡을 익숙하게 떠올리게 한다. 곡을 커버했기 때문만은 아닌, 음, 레거시가 느껴지는 곡들이다. 그러면서도 저마다의 색깔과 저마다의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인플루언스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을 혹은 드림팝이나 슈게이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블러디 발렌타인은 이렇지 않다능!"이라는 사람만 아니라면 누구나 기쁘게 들을 수 있을 만한 사운드들로 채워져 있다. 가장 예외적인 것이 빅베이비드라이버의 (거의) 어쿠스틱한 10번 트랙인데, 이 분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슈게이저를 하실 수 있는 분이니..

그 와중에서 묘하게 일렉트로닉 비중이 높은 것이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내가 모르는 몇 팀은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처럼 누구나 다 홈레코딩으로 시작해 홈레코딩으로 끝내는 게 너무나 당연한 환경이 오기 전에 어느 정도 스타일이 잡힌 분들이다. 홈레코딩 포스트록으로 음악을 처음 시작할 수도 있게 된 오늘의 환경과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이후의 슈게이저, 그리고 1992년 사이의 타임라인을 보는 것 같아 재밌다. 이런 선명한 대차대조표가 이 앨범의 곳곳에서 상징적으로, 사운드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다. 그래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이 너무 좋아영!"을 넘어서는 20주년 기념 트리뷰트로서 확고한 의미를 갖는 결과물이 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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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을 쭉 듣고 있자니,
1) 1989년~1992년에 새롭게 상용화된 스튜디오 기술이나, 출시되어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에 의해 사용된 장비의 타임라인 같은 자료가 있다면 구경하고 싶기도 하고. (분명 있을 것 같긴 한데..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제보 좀..)
2) 지금은 음원으로 듣고 있는데, 라이너 노트도 꼭 읽어봐야겠다 싶고.
3) 1992년의 러블리스를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내 mp3가 전부 담겨 있는 하드가 (멀쩡한데) 인식을 못 시켜서 못 듣는 게 컴맹컴맹의 깊고 깊은 한이로고. 사실 외장 하드에 따로 복사해둔 폴더가 있어서 거기 있겠거니 했는데 왜 없니, 분명 리핑한 기억이 있는데.. #컴맹컴맹.


덧글

  • mynci 2012/04/02 20:11 # 삭제 답글

    리뷰 고맙습니다! 제게 일본어 해설지가 있는데 필요하시면 보내드릴께요. 저도 누구 시켜 대충만 읽어봤습니다:)
  • mimyo_ 2012/04/08 19:28 #

    답이 많이 늦었네요.;; 씨디에 들어있다고 하니 공수해볼까 하고요! 헤헤헤. 감사합니다. 좋은 앨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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