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비평 잡담. 음악_잡담

1. 이야기의 발단은 음악취향Y에 올라온 헤비죠님의 소녀시대 앨범 리뷰였다. 일단 링크. 우선 나는 소녀시대의 딱히 팬도 아니고, 특히 이번 앨범에는 매우 실망한 편이며, 평론가를 무시하는 타입도 아니고 ("평론가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는 "정치가들 하는 짓이 다 그렇지"만큼 무의미/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헤비죠님을 까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밝혀둔다.

문제의 글은 청소년의 성장단계에 관한 고찰에서 시작해 소녀시대가 (상업적) 필요성에 따라 소녀(귀여움)와 성인(섹시함)의 유리한 점들만 선택적으로 어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대적"인 로맨스를 어필하는 전략에 대한 비판과 그들의 "어른" 흉내가 미숙하다는 비판을 거쳐, 성인이 된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 태도는 프로덕션이 아닌 멤버들 본인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한다.

내게는 이 글이 몇 가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크게 보아, 1) 프로덕션의 문제점에 관해 멤버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점과, 2) 아이돌이란 개념 자체가 갖는 문제점들을 소녀시대의 <The Boys>라는 특정 앨범의 문제로 잘못 치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두 가지 모두를 포괄할 수 있을, 3) 글에서 지적하고 있는 아이돌 비판이 매우 구태의연한 몰이해에 기초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 글만의 문제점은 아닐 것이다. 로맨스를 노래하는 것이 근대적이고 억압적이라는 식의 과격한 주장들을 제외하면, "진지한 비평가"가 쓴 아이돌 음반 리뷰에서 적지않이 반복되는 문제점들이다.

2. 우선 멤버 개개인의 책임론에 관해 생각해 보자. 이들이 아이돌이고, 아이돌이 갖는 소속사와의 관계라든가 사회적으로 차지하는 위치 등에 관해선 상식적인 선에서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전제하자. 글은 4.19와 68혁명, 88만원 세대 등의 키워드들을 나열하며, 어른들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고 자신들의 삶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책임을 지라는 말인가? 세번째 문단에 등장하는 "순응적 삶을 다시한번 고민해 볼 것"인가.

크게 둘러보아서 글쓴이는 소녀시대 멤버들에게, 자의식을 갖지 않은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시선 많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이돌에게 왜 자의식을 요구하는가. 자의식을 내비치자마자 외면하기 위해? 그 어떤 비평가도 지켜주지 않았던 문희준의 경우를 생각하면 GD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나쁜 것은 아무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란 오스카 와일드의 격언을 따라 일부러 표절시비를 일으킨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당시에 '아이돌'로 분류됐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3집에서 "메탈 레전드" 안흥찬을 끌어들이지 않았어도 그들에게 비평적 관심이 집중될 수 있었을까? 비교적 사랑노래로 일관했던 서태지와 아이들보다, 보기에 따라 지나칠 정도로 자의식을 전시했던 듀스는 어떤가. 처음으로 권위 있는 비평을 받은 앨범이 3집이었다. (단순히 H2O의 피쳐링 때문만은 제발 아니었길 빈다.) 며칠전 트위터에도 썼던 얘기지만 듀스의 초기 앨범을 두고 K 평론가는 자신의 계간지에서 "<두아>라고 읽는 불어 단어 Deux를 가져다 <듀스>라고 어거지 부린다"며 겉멋 든 건방진 놈팽이들 취급하기도 했다. 자의식과 아티스트십이 없는 듯한 뮤지션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이돌이나 댄스가수의 자의식에 결코 너그럽지 않다. 록의 위대한 영혼을 품지 않은 자가 자의식을 갖추는 걸 건방지다고 생각하지나 않으면 다행일 걸?

결국 글쓴이가 말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책임을 멤버들이 지기 위해서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책임을 물었으면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의문을 갖는 게 인지상정. 거칠게 말해서 이건 (멤버들의 사과 성명을 기대하는 게 아니라면) "아이돌을 그만두세요." 이외에 그 어떤 말도 아니다. (그것도 SM이 그만두길 바라는 게 아니라 소녀시대 멤버들이 그만두길 바라는 것이 될 것이다.) 이게, 글쎄, 의미 있는 비평인지 나로서는 정말 모르겠다.

3. 사실 상당수의 아이돌 관련 비평에는 음악 이야기는 별로 없다. 이상한 일이다. 나만 해도 소녀시대의 앨범 3장을 놓고 8시간은 쉬지 않고 떠들 음악 이야기거리가 있던데. "어느 멤버가 눈빛이 똘망해서 귀엽다"는 이야기를 빼고 말이다. f(x)의 곡으로 이어지는 히치하이커의 살벌한 신디사이징과 (무려) Modal 아이돌팝ㅎ의 실험이라든가, 드럼-베이스-멜로디 사이의 리듬을 레고블럭처럼 쌓아올리는 켄지의 곡 설계, 카라와 f(x)의 예들을 겪으며 점점 격해지는 창법의 연출들이라든가, 보컬로 주목받지 않는 멤버들의 음색이 유니슨이나 코러스의 음색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다든가, 이트라이브의 실력을 의심하진 않지만 <Gee>는 좀 얻어걸린 부분들이 있는 듯하다든가, 앨범이란 단위로서의 구성이 얼기설기 형편없다든가, 달콤하거나 치지한 트랙들의 배치가 앨범에 따라 어떤 스타일로 배리에이션되고 있다든가...

4. 그럼에도 상당수의 아이돌 비평에 등장하는 키워드들은, 한정돼 있다. 기획사의 상업주의와 한류 열풍, 립싱크와 표절, 성의 상품화, 엉망으로 쓰여진 가사. 나보다도 뛰어난 안목을 지닌 분들에게는 왜 아무 것도 안 들리는 걸까. 관심이 없거나 게으르면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식견이 있는 비평가가 게으르다고 단정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까,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해보자.

역시나 이상한 일이다. "재즈는 여피들의 여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굳이 존 콜트레인의 앨범을 리뷰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국내 아이돌에게 한정된 관심만을 가진 사람들이 굳이 그들의 음반을 리뷰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이돌에게도 음악적으로 중요한 지점들이 존재할 수 있고,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글을 쓰지 않는 것처럼 누군가가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비평을 업으로 삼는 사람의 어른의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비평가라면 적어도, 자신이 리뷰하는 음반을 제대로는 들어보고 비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적지 않은 비평가가 아이돌의 음반을 제대로 듣지 않고 비평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들리는 온갖 텍스트들이 그들에겐 아무래도 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은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라면, 나의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두 가지 정도가 떠오르는데, 아이돌의 음반을 제대로 듣는다는 것이 쪽팔리기 때문이거나,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리로이 존스는 "찰리 파커를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웃긴다고 생각했다"는 어느 비평가의 고백에 관해 그가 (찰리 파커라는 거물을 몰라본 점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던 점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고, 찰리 파커와 존 콜트레인이 왜 그런 연주를 했는지를 질문하지 않고서는 당대 콜트레인의 "필요성"이 이해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내가 2011년의 아이돌 팝이 콜트레인만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다만 두 박자 지속되는 악기 하나, 5ms의 컴프레서 차이, 3dB의 음압 차이로 막대한 돈이 오가는 시장이 그렇게 아무렇게나 대충 바르고도 호락호락할 줄 믿는 나이브함이 놀라울 뿐이다.

5. 내가 생각하는 아이돌이란 개념은, 포드주의, 후기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극단적인 단면으로,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할리우드 시스템의 21세기 극동아시아판 변주다. 막강한 자본력을 중심으로 모든 섹터를 분업화해, 자본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능력치를 지닌 사람들을 최대한으로 쥐어짜 만들어낸 호수 위의 백조다. 그러니까, 일정 레벨의 자본력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황성제와 히치하이커, 켄지의 곡을 한 앨범에 담아 얼굴도 몸매도 개그도 어느 정도 되는 멤버들이 부르도록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백조는 깃털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컨트롤되어, 수많은 금기와 제약조건을 깔고 경쟁하고 있으며, 바로 거기에서 독자적인 (무려) 음악 미학이 도출된다. 한 번에 꽂히는 캐치하고도 쉬운 음악, 그러면서도 안무를 구성하기 좋은 특징적인 리듬의 패턴들이 각각의 시퀀스를 이루고, 그러면서도 신나야 하고, 그러면서도 라우드니스가 확보돼야 하고, 그러면서도, 그러면서도, 그러면서도... 복잡한 비트를 허용하지 않고 베이스라인을 아무도 안 듣는다는 제약조건에서 역발상해 베이스만으로 오밀조밀한 그루브를 만드는 황성제의 편곡이나, 헤비하게 찍어누르면서도 보컬 딜레이로 산뜻함을 더하는 <소원을 말해봐>나, 프리퀀시 단위로 설계되고도 사이드체인으로 저역의 신스를 강조하는 스타일 등은 모두 이런 복잡하고 세세한 제약조건들을 모두 최대한 만족시키려는 지난한 노력과 탐구 속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아무렇게나 나온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구나 SM 특유의 의미를 알 수 없는 가사를 조롱하고 비난하지만, 내게는 SM이 약 10년째 조심스럽게 지속해온 실험들이 보인다. 절대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한 작업에서 어떤 부분이 터무니 없다면, "왜?"라는 질문 정도는 해보는 게 맞지 않나. 한두 푼이 걸린 게 아닌 고도의 상업 프로덕션인데 말이다. 차라리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사이즈가 아무렇게나 정해진 것이라고 해라. 생각하기 귀찮다고 그냥 그들이 국어를 "그 정도로" 못한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도 되나.

6. 그럼에도 나는, 아이돌이란 개념이 건전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1999년 이후로 이런 저런 아이돌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도 내게 꽤나 쏠쏠한 길티 플레져가 되어주긴 하지만 말이다. 그것은 아이돌들이 거대 자본의 기획력에 삶 자체가 좌지우지된다는 점과 관련된다. 각 프로덕션들은 가장 확실한 노선을 택해 총력을 기울이며 장사를 하고 있는 거겠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음악 산업은 실력과 판단이 뛰어나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곳이 아니다. 헤비죠님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그들의 삶은 (기본적으로) 수동적이다. 자기 자신의 결단이 아닌 누군가의 판단과 전략에 삶을 맡긴다는 것은 실로 아슬아슬한 일이며, 과히 보기 좋지만은 않다.

그러나 내가 일면식도 없는 숱한 아이돌들의 앞날이 걱정되어서 나의 즐거움에 죄책감 같은 것을 끼얹는 것은 아니다. 연예계 자체가 점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 자체를 소비의 대상으로 상품화하고 있고, 그 극단에 아이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범한 10대의 삶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고서 훈련받으며, 가장 팔리기 좋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의 시절을 대중 앞에서 보낸다. 그들이 어떤 노래를 하고 어떤 발언을 하는가 하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행사에 참석하고 어떤 커리어를 걸으며 어떤 사람과 인연을 맺고 연애를 하는지까지 모든 것이 중계된다. 팬들은 팬심과 현금을 입장료로 지불하고 그들의 "한창시절"의 인생을 관람한다. 그리고 막이 내리면 그들의 인생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다른 시장으로 넘어간다.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팔고 있다. (좀 민감한 비유지만 나는 축구 또한 비슷한 시장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축구가 언제나 불편하다. 공을 무서워해서 내가 하지 않는 이유와 함께.) 아이돌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겠다면, 그리고 혹시 이와 관련해 성의 정치학이나 자본주의 비판을 곁들이겠다면, 적어도 여기까지는 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7. 물론 이 모든 것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아이돌 팝 따위 취향에도 맞지 않고, 그들이 어떤 삶을 살든 알 바 아닐 수도 있다. 그 무관심에 대해선 존중할 수 있다. 나는 성정치에 지극히 민감한 활동가가 한미 FTA에 무관심하거나, 제3세계 착취에 민감한 활동가가 자국의 노동문제에 불감하거나 하는 "모순"들을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있다. 세상에 널린 게 부조리인데 어떻게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싸울 수 있나.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신경줄이 끊어질 것 같은 연약한 존재가 사람인데.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종류의 음악이 있고, 음악 산업에는 수없이 많은 부조리가 있다. 그 중 어떤 것에는 관심이 있고 어떤 것에는 무관심하다고 해서 그를 비난할 순 없다.

다만, 관심이 없으면 안 듣고 안 쓰면 된다. 심지어 비평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 왜 "네티즌"처럼, 채널을 돌리면 그만일 TV 예능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대해 얕은 불만만 쏟아내며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나. 이것도 어른의 사정인가?

8. 사실 이유는 뻔하다. 90%의 마니아와 비평가들이 순수한 의도일 거라고 억지로 나이브하게 믿기로 하고, 5%는 SM에서 Promotional Use Only라고 찍힌 씨디를 억지로 의자 위에 올려놓고 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믿기로 하자. 나머지 5%는 자신이 듣는 음악이 아이돌 팝 따위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믿고 그걸 과시하고 싶기 때문일 것인데, 뭐, 할 말 없다. 그렇게 살아라. 다시 얘기하지만, 관심이 없으면 안 듣고 안 쓰면 된다. 이보다 간단할 수 없다.

9. 그러나 나는, 아이돌에 관한 진지한 (음악적) 비평이 필요하다고 믿고, 그것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는다. 음악 비평이 외면받기 쉽다고는 하지만, 어떤 종류의 패배주의를 잊고 생각하면 음악 비평의 영향력은 아이돌 팝에도 간접적으로나마 드리워져 있다. 아이돌들이 과격한 안무를 소화하느라 음정이 사정 없이 흔들리는데도 굳이 라이브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소모적이었다고 생각하지만) 90년대부터 비평가들이 립싱크를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SM이 각 그룹의 메인보컬들의 성대를 혹사시키면서까지 강한 톤과 고음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겠나. 비평가들의 댄스음악 비판이 부족한 가창력에 집중됐기 때문이고, 그 이외의 비판을 게을리했기 때문이기도 하며, SM이 지향하는 아이돌계의 웰메이드는 "졸업" 이후의 음악 커리어가 아니면 완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f(x)의 음반에는 다른 곡들과의 심각한 라우드니스 차이로 마스터링의 퀄리티를 저해하면서까지 페퍼톤스의 곡이 삽입됐고, 소녀시대나 보아는 윤상에게 곡을 받은 바 있다. 이게 그냥 "어쩌다 인연이 닿아서"라고 생각하나? FT Island, CN Blue, Trax 등은 아이돌 기획사들이 밴드 음악을 새로운 블루오션이라 생각해서 만들었을까? 아이돌들에게 팬들이 수백만원짜리 악기를 선물하며 "음악 공부에 쓰라"고 하거나, 소속사가 보유한 작곡가의 곡을 아이돌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일은 왜 벌어지나?

이런 부분도 있다. 한국 위키페디아에는 대한민국의 대중 음악 아이돌 그룹 연대표라는 덕력 쩌는 문서가 있다. 이 문서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노이즈, 룰라로 시작된다. 엄밀하게 생각해 보자, 이들이 지금의 기준으로 아이돌인가? 물론 이들의 활동 당시에는 아이돌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준으로는, 윤상, 신해철도 아이돌이었고 전영록도 아이돌이었다! (조금 더 들어가자면 일본에서 카라는 아이돌, 소녀시대는 아티스트에 가깝게 분류된다는 분석도 있었다.) 물론 윤상을 칭할 때 "당대의"라는 말을 괄호 안에 넣어서라도 덧붙이지 않고 아이돌이라 칭할 사람은 2011년에는 아마 없겠지만, 아이돌을 명확히 분류하는 비평적 활동이 존재했다면 이런 혼돈의 카오스가 벌어졌을까?

10. 일본 이야기를 했지만, 일본에서의 아이돌은 훌륭한 가창력이나 작사/작곡 능력 같은 것을 요구받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단지 아이돌로서 존재하고 아이돌 시장의 고객들에게 어필할 뿐이며, "아티스트"들과는 다른 시장에서 다른 잣대로 따로 경쟁한다. 그러다 자신이 결심을 하고 노력을 함으로써 서서히 아티스트로 인정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것이 일본인들의 국민성에 관계되는 건지 어떤 건지는 나는 모른다. 다만 우리나라 음악 시장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과 비-아이돌에 대해 각자에게 적합한 잣대로 진지한 비평을 할 때 가능하다. 생산된 환경도, 평가의 기준도 다르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비-아이돌 음악을 지지하고 싶다면 더더욱 그렇다. 프로덕션에 의한 음악과 작가 자신에 의한 음악은 철저히 구별되고, 서로 다른 감상 및 비평 포인트가 지적돼 주어야 한다. 천재성과 열정의 신화에만 매달리는 청자가 아니라면, 한 명의 장인이 한땀한땀 만드는 자동차보다 포드의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자동차가 시간 대 퀄리티로는 월등할 수 밖에 없음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관심 없는데 왠지 까고 싶어서 (사실 그것도 아이돌의 인생이 소비되는 양태의 하나다) 피상적인 이야기에 뜬금 없는 레퍼런스로 툴툴거리는 비평은, "너희들과 같이 놀기 싫으니 모두 나가주세요 혼자 있고 싶습니다" 이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시아준수와 폴 매카트니 중 누가 더 고음이 잘 올라가는지를 비교할 일이 아니란 걸 꾸준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비평에 의해서가 아니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프로덕션에 대한 철저한 비평 또한 그 한 가지가 될 수 있다. 아이돌의 음반과 무대는 프로덕션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전제하고, 그들이 어떤 전략에 의해 어떤 결과물을 내었는데 그것이 어떠하다라는 비평을 해줘야 한다. 그것도 제대로, 또한 가능하면 디테일하게.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돌이란 존재가 갖는 근본적인 속성을 비평할 때 그것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적어도 소녀시대 멤버들이 여의도에 나가서 <바위처럼>을 부르는 동인지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의미 있으며 건전한 일일 것이다.

덧글

  • FIRST AID 2011/11/16 10:12 # 삭제 답글

    속이 다 시원합니다.
  • mimyo_ 2011/11/16 20:44 #

    좋게 봐주시니 기쁘네요. :)
  • 2011/11/16 15:2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myo_ 2011/11/16 20:44 #

    ㅎㅎㅎㅎㅎㅎ 저도 좀 그렇습니다. ㅎ
  • 2011/11/16 17:3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myo_ 2011/11/16 20:45 #

    음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다 해도 그들이 곡이 모자라거나 돈이 없어서 갖다 쓴 건 아니니까요. :) 그런 형태가 되길 바라는 욕망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이겠지요. :)
  • 2011/11/16 21: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myo_ 2011/11/16 22:01 #

    아니 원 별 말씀을요. ^^;; 지적이나 반론 등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
  • ss 2011/11/17 01:45 # 삭제 답글

    평론조차도 사람에 따라 조건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당장 소녀시대의 이번에 의견이 분분한 더 보이즈만해도
    이즘에서는 아이돌의 곡치고는 높은 별 세개반을 줬죠.
    기존의 소시곡중에서는 가장 높고 올해 아이돌 노래중에서도 가장높더군요.
    반대로 혹평하는 분들도 있고요.
    서태지의 경우도 처음엔 그렇게 혹평했던 평론가 작곡가들이 지금은 찬양질을 하고 있잖아요.

    sm의 가사가 좀 욕을 먹는데 이것도 sm나름대로는 억울한 측면이 있을거예요.
    sm의 내용보다는 가사의 음성 소리 그자체를 중시하는 작법이 해외팬들에게는 어필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다른 기획사의 가사들에는 귀엽다 재미있다 이런반응들이지만
    sm이 하면 유독 반감을 가지죠.
    투에니원이 내가 제일잘나가를 외치는건 멋지지만 소녀시대가 전세계가 우릴 주목해라고 말하는건
    오글거린다고 하니까요.
  • mimyo_ 2011/11/17 06:51 #

    비평은 늘 다를 수 있지요. 어떤 절대적인 답을 내놓는 분야는 분명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정당한 기준에 의한 것이어야겠지요. :)
  • 대한민국질럿 2011/11/20 10:51 #

    뻘플이지만.. 저는 오히려 어줍잖은 아티스트 코스프레 하는 다른 대형기획사보다는 대놓고 아이돌을 표방하는 sm이 괜찮게 보이던데요.
  • mimyo_ 2011/11/20 21:29 #

    대한민국질럿님, ㅎ "아티스트 지향"이란 것도 풍토가 만들어낸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아이돌을 아이돌이라 부르지 못하는 이 땅에 후천개벽이 필요한 듯합니다. :)
  • yjhahm 2011/11/18 00:16 # 답글

    헐...
  • yjhahm 2011/11/18 01:22 # 답글

    세상에는 그냥 나 이만큼 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서 남의 글에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많음.
  • mimyo_ 2011/11/18 01:47 #

    음 그런 분들을 크르르르에 많이 모셔야 엔하위키처럼 급성장할 텐데 말이지요. ㅋ
  • 칼라이레 2011/11/19 14:45 # 답글

    문에 대한 답과 나눈 댓글들은 트랙백으로 보관했습니다.
  • longseason 2011/11/19 14:50 # 답글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 mimyo_ 2011/11/20 21:29 #

    아유. ^^;
  • gma 2012/02/02 01:13 # 삭제 답글

    그러니까, 아이돌을 그만 두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죠.

    그리고 님의 반론은 왜인지 정석원이 모 음악평론가에게 했던 말과 유사한데,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반론이기보단 보완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거나, 아니면 논지의 회피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운드 메이킹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의 결여가, 그들(님이 비판하는 고답적이고 뻔한 평론가들)이 비판하는 가사의 수준이라든가 비주체성에 대한 반박이 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정석원은 뒷말을 붙여서, '사람들의 관점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며, 오늘 날의 현대인들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뭐가 나쁜가?' 운운하는 사이비 포스트모던한 소리 하다가 욕을 더 처먹었지만요.

    아이돌이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점에서 문제고, 아이돌을 하면 그 문제점들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빠져나오라고 말하는 것을 대안 없는 비판으로 치부하기야 쉽지만, 비판 자체의 유의미함을 대안 없음을 통해 무시하는 제스쳐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극단의 공백(아이돌을 그만두란 말인가? 그럼 어쩌란 말인가? 프로듀싱에 참여할 수 없는 이에게 책임을 물으면 어쩌란 말인가)에 대해서 님이 어처구니 없음으로 치부하는 질문을 밀고 나가지 않으면, 님 말처럼 비평이란 그저 상품의 존재 자체의 긍정성은 인정하면서 그 내용에 대한 분석으로 끝날 뿐이죠. 근데 비평의 책임이 고작 그런 것인가요? 고작 분석? 그 기원과 근본부터 걸고 넘어져야 가장 비평적이지 않을까요?
  • mimyo_ 2012/02/23 08:08 #

    블로그에 자주 안 들어와 답이 늦었습니다.

    비평에 있어서 분석의 중요성을 무시할 순 없는 일이지요. 그리고 비평의 책임이 기원과 근본부터 걸고 넘어진다는 게 고작 피고용인에 가까운 멤버들 개개인의 도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니 유쾌한 말씀입니다. 엄밀하게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현상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비평가의 엄중한 책임인가요? 적어도 멤버들 개개인의 책임보다는? 비정규직을 이야기하면서 경쟁력 없는 무능력한 젊은이들을 탓하는 것과 비슷한 얘기네요. 기원과 근본을 말씀하셨는데, 왜 그들은 자신을 그렇게 내어놓고 왜 그들이 팔리고 어떻게 팔리는가에 대한 분석이야말로 기원과 근본에 해당하지 않겠어요? 본문의 6번 대목을 다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석원의 그 이야기는 원문을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 ㅂㅈㅇ 2019/07/25 15:05 # 삭제 답글

    놀구 있네. 개똥같은거 전문용어 동원해서 상찬하면 개똥이 미슐랭 3스타 요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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