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무단 보아 트리뷰트 Model B. 작업 노트 - 1. 미묘합니다

0.
비공식/무단 보아 트리뷰트 <Model B.>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있다. 이런 식의 프로젝트를 기획과 운영의 측면에서 깊이 손대본 적은 처음이기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도 있었고 배운 점들이 있었다. 이후 -주로 실무적인 차원에서- 참고하고자 작업노트를 쓴다. 단, 여기에 쓰는 것은 <Model B.>참가자들의 조율된 공식적인 의견보다는 참가자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느끼고, 기획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내가 겪은 일들에 가깝다는 점을 밝혀둠.

<Model B. / A Tribute to BoA> : http://aboab.tumblr.com

1. 경과

모든 일의 발단은 지난 11월 중순 트위터에 던졌던, "보아 트리뷰트 앨범이 나오면 재밌겠다"는 농담이었다. 그냥 농담이었는데, 진짜로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몇 분에게서 받았고, 그 분들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다는 욕심이 앞서서 추진하게 되었다.

대략 11월 20일 경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었고, 중요한 의견 교환은 페이스북을 쓰지 않으시는 분도 계셔서 메일을 위주로 이뤄졌다. 몇 분의 섭외가 이뤄지고, 1차적으로는 12월 말 공개를 목표로 잡았다. 다만 연말에 지독하게 바쁘신 분들이 많으신지라 희망한 대로 스피디하게 작업이 이뤄지진 않았고, 나도 나의 개인 사정으로 일정 조정을 원활히 하지 못한 시기가 많았던 관계로, 일정은 하염없이 늘어져 결국 3월까지 쳐지게 되었다.

참가자의 섭외는, 후술하게 될 여러 가지 위험성으로 인해 비공개적으로 이뤄졌다. 이미 참가하고 있는 멤버들의 추천 및 조언을 받아 개별적으로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의 실수도 있었는데 이 부분을 어느 정도 깊이로 서술해도 될지는 조금 고민 중.

곡 선정은 겹치지 않는 선 안에서 참가자 각자가 희망하는 곡을 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정하려 노력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곡 선정이 늦어지는 참가자에게는 어울릴 거라 생각되는 곡이나 트리뷰트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곡들을 골라 추천하는 일도 있었다. 후술하게 될 이유로 선곡에 제한을 둘 필요성을 느끼기도 하였으나, 결국은 그냥 했음.

3월 22일 첫 곡 dydsu의 <ID; Peace B>를 공개하고, 4월 13일 mookou의 <メリクリ>를 끝으로 11곡의 공개를 마쳤다. 한국 시각 4월 14일 보아가 이 프로젝트 관련 트윗을 RT했고,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4월 22일 LOBOTOMY의 마스터링을 거쳐 앨범 전 곡 무료 배포를 시작했다.

2. 의도

참가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몇몇 분께는 예를 갖추느라 나름 의도를 설명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의도 설명이 없이도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인디) "보아" "트리뷰트"라는 키워드의 조합 자체가 의도를 암시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대개 이 타이틀만을 가지고 섭외가 이뤄졌기 때문에 보아에 대한 애정도나 이 프로젝트에서 담고자 하는 의도에 있어서는 참가자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 내용은 프로젝트 전체에 공유되는 의도라기 보다는 참가자의 한 사람이자 기획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나의 견해를 약간 일반화한 것으로 읽는 것이 안전하다.

시작부터 농담이었듯 이 프로젝트는, "으응?" 하는 낯설음과 의문을 불러 일으키길 의도했다. 이를테면 보아가 트리뷰트를 받을 대상인가 하는. 이것은 보아와 트리뷰트 양쪽에서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보아의 역량이나 가치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에게 달린 것이고 어떤 특정한 판단을 강요할 수도 없다. 다만, 본격적으로 개인적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보아가 한국에서 "어떠한 레전드"가 된 것은 <No. 1> 이후로, "일본시장을 정복"하고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이후였다. 챠이나타운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보아의 위치는 김연아 등 국제 스포츠 스타와 비슷한 면이 있으며, 아이돌로서의 상품성이 상대적으로 적어진 상황에서 좀처럼 아티스트로서 봐주지는 않으니 다음 카드로 "그럼 이번엔 미국 넘버원"이란 식의 행보라는 인상이 없지 않다. 아이돌로서의 상품성을 이야기하자면, 24살인데 데뷔 11주년이라는 것이 놀라운 만큼, 24살인데 하나의 커리어가 마무리되는 감이 있다는 것은 보기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좀 더 적극적인 아티스트 행보가 있었으면 하는 팬으로서의 바람과도 맞물려, "당신이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지 않더라도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당신을 뮤지션으로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라는 제스춰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마음이 있었다.

다음으로, 트리뷰트를 받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대개 a. 영향력이 강하고 b. 많은 사랑을 받는/은 c. 음악적으로 훌륭한 아티스트라고 했을 때, 일단 b.에 대해 의문을 품기란 힘든 일이다. 다만 a.와 c.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는데, 그 결론은 상당 경우 권위에 의존하게 되며, 그 권위들은 대개 이런 식으로 음악인들에게 서열을 매긴다. :

레전드급 > 90년대 "고급가요" 작가, 록커, 인디 "레전드" > 인디, 인디트로니카 > 일렉트로니카 > 댄스 가수 > 아이돌

이 서열에 의하면 예를 들어, 일부 좀 급진적이지만, 티아라가 김동률에게, 캐스커가 신중현에게, 마이앤트매리가 김완선에게 트리뷰트를 바치는 것은 합당하다. 그러나 크라잉넛이 동방신기에게 트리뷰트를 바치는 것은 부조리하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달되나? 트리뷰트 앨범이란 것은 보통 뭔가 어마어마하고 권위 있는 아티스트에게 바치는 것이란 이미지가 있고, 특히 수직적인 한국의 음악 문화에서는 의미가 한정적이기 쉽다. 아이돌 출신이며 지금도 보는 사람에 따라선 아이돌로 판단하는 보아는 트리뷰트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혹은, "그래도 되는" 일인가? 개인이 보기에 보아가 a. 영향력이 강하고 b. 많은 사랑을 받는/은, c. 음악적으로 훌륭한 아티스트라면, 그래도 되어야 옳다. 그러나 그런 판단을 권위 있는 매체에 맡기고 자신은 안 하고 있진 않은가.

이 프로젝트는 권위의존적인 음악 평가와, "인디"라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 보아라는 한 뮤지션이 받는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하였다. 인디 뮤지션은 댄스가수보다 음악적으로 훌륭한가, 인디 뮤지션이라면 댄스가수보다 훌륭한가, 영향력과 애정은 덜 훌륭한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에게 받는 것인가, 보아는 아이돌인가, 그래서 음악적으로 평가할 것이 없는가, 보아가 받는 평가는 정당한가, 혹은 권위 있는 비평가들이 내린 판단/무판단을 따라가고 있는가 등등.

3. 위험성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두 가지 심각한 위험성을 갖고 있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1) 저작권

보아의 곡을 무단으로 리메이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기 쉽다. 공정이용을 주장할 수도 있기는 하겠지만, 관련한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만큼 실효성 있는 주장이 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가장 좋은 것은 저작권자 혹은 신탁대리인을 통해 허가를 받는 것. 그러나 저작권협회를 통해, 누구든 어떤 경우든 상관 없이 돈만 내면 가능한 방법으로, 저작권을 클리어할 경우, "중박" 정도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허가비용이 50만원 전후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보아의 히트곡들은 규모도 보통의 "대박"을 넘어서는 곡들이 많고, 더구나 외국에서 만들어진 곡도 많고 여러 나라에 출반되어 히트한 곡들도 많다. 구체적으로 문의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런 곡을 11곡이나 리메이크 허가를 받는다는 것은 최소한 천만원은 각오하고 시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소송을 당할 경우의 합의금은 그것보다도 훨씬 크겠지만.

그럼 저작권자와 직접 접촉하면 좀 더 저렴하게, 경우에 따라선 무료로 허가를 받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런데 SM 엔터테인먼트에 매일 같이 쏟아질 게 분명한, 몇 통이나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대량의 가수/작-편곡가 오디션 지원서와 공문들 속에서, "기껏 인디 뮤지션"들이 보낸 이런 기획안이 신중한 검토를 거쳐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개인적인 연줄이라도 있다면 읽어줄 순 있겠지만. 더구나 에이벡스 트랙스 등 해외와도 연락해야 할 복잡한 사안이라면... 또한, 읽어주긴 했는데 "그럼 천만원만 내세요"라고 답이 오거나 "하지 마세요"라고 연락이 온다면? 솔직히 말해서 그냥 해서 안 걸리면 "데헷, 다행이다." 할 수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듣고도 무시하고 강행한다면 소송 가능성과 합의금을 몇 배로 불리는 일이 될 뿐이지 않겠나.

2) 시선

뭔가를 해서 욕을 먹는 것 자체는 크게 상관이 없다. 무반응이라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다른 작업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팬심으로 주책부린다"는 식이라면 괜찮다. 다만 혹시라도 누군가가 "<무명>들이 떠보려고 보아 팔아서 장난한다"고 느낀다면 큰일이다. 물론 모임 별이나 야마가타 트윅스터를 놓고 "떠보려는" "무명"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교양을 의심해볼 수 있겠지만, 무교양은 민/형사 상의 죄가 아니다. 즉, 보아 팬들이나 특히 SM 엔터테인먼트에서 그렇게 판단하면, 서운하기도 특히 서운할 것이며, 소송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란 점이다.

3) 대책

이를 두고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대책은 특별히 없었다. (...) 다만 팬아트 내지 동인활동 같은 느낌으로 보이면 눈 감아 줄 가능성은 없지 않다고 생각했고, 팬이 보아의 곡을 틀어 놓고 안무를 따라 추는 유튜브 영상 같은 것을 보아가 RT해 주기도 하는 것으로 보아, 그 정도의 것은 봐주는 눈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어떠한 보장도 없다는 것만은 마찬가지여서, 언제든 블라인드 요청이 들어오면 바로 내린다는 방침을 세우긴 했지만, 최악의 경우 소송이 들어오면 최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불안감은 늘 남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특히 보아 팬덤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받았다. 이 분들이 홍보도 많이 해주시고 보아 본인에게도 많이 알려주셔서 보아가 RT를 해주기도 했다. 감사한 일이다. 비록 RT 자체에 어떠한 동의의 표현이 담기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거 까자고 RT한 게 아닌 바에는 매우 불쾌하진 않았다는 제스춰로 읽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나, 하고 막연히 추측한다. 어쨌든 이후의 대부분의 상황판단과 의사결정에는 이 두 가지 위험성이 기준이 되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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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1/04/26 14:1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myo_ 2011/04/26 14:38 #

    바닷물.........
  • 2011/04/27 00:4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myo_ 2011/04/27 02:25 #

    상냥하신 건 좋은데 말이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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